[CES 2013]‘거실이 바뀐다’..한·중·일 차세대TV 전쟁

韓 휘는 OLED, 대형 제품으로 기술 과시
日 고해상도로 반격..中 잠재력 꿈틀
  • 등록 2013-01-10 오후 1:58:42

    수정 2013-01-10 오후 2:33:25

[라스베이거스=이데일리 임일곤 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3 CES에서는 한국과 일본, 중국 3개국 업체가 차세대TV를 놓고 불꽃 튀는 기술 대결을 벌였다. 한국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울트라(HD) TV를 중심으로 기술적 우위를 보였다면 일본은 고해상도 제품으로 반격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에 반해 중국은 선도 업체를 모방해 추격에 나서고 있으나 아직 한국과 일본을 따라오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다. 다만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투자를 등에 업고 있어 언제든 턱밑까지 쫓아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삼성·LG전자 등 국내 업체는 올해 CES에 전시된 제품 가운데 기술적으로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LED(발광다이오드) 다음으로 TV 시장을 주도할 OLED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두 회사가 CES 개막 첫날 나란히 선보인 55인치 화면크기의 휘어진 OLED TV는 기술적으로 어려워 일본과 중국이 당장 따라오기 힘들 정도다. 권희원 LG전자 사장은 “대형 울트라HD를 만드는 것보다 OLED를 곡면형으로 만드는 기술적 난이도는 상당히 높다”며 “OLED 기술을 가진 디스플레이 업체와 TV 조립 업체간 협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LG전자-LG디스플레이같이 계열사간 ‘찰떡궁합’ 없이는 쉽게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CES에서 선보인 ‘타임리스 갤러리’ 디자인의 110인치 울트라HD TV.
국내 업체에 TV시장주도권을 빼앗긴 일본 업체들은 절치부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소니와 도시바,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들은 약속이나 한 듯 4K 이상 고해상도 제품을 쏟아냈다. 소니는 삼성·LG전자보다 화면크기를 1인치 늘린(56인치) 4K로 ‘TV 명가’의 자존심 회복을 노리기도 했다. 이들이 내놓은 4K는 기존 풀HD(1920×1080)보다 해상도가 4배(3840×2160) 높은 것으로 국내에선 이를 ‘울트라HD’라 부르고 있다. 샤프의 8K는 해상도가 무려 16배(7680×4320)나 높다. 일본 업체가 고해상도에 목을 매는 이유는 TV를 대형화하기 위해선 더욱 선명하고 세밀한 영상을 표시하는 기술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TV 화면 크기를 키우려면 그만큼 색을 표시하는 셀 자체가 촘촘하게 박혀 있어야 영상이 부드럽고 선명하다.
관람객들이 샤프가 선보인 8K TV의 생생한 화질을 보기 위해 얼굴을 화면 가까이에 가져가고 있다.
그동안 일본 TV 업체는 기업과 정부 및 연구가 손을 잡고 4K 같은 고해상도 개발에 몰두해왔다. 한국 업체에 밀려 TV 시장에서 존재감이 사라지자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통해 지금의 경영 부진을 털어내겠다는 것이다. 다카하시 코조 샤프 부사장은 “TV의 대형화 전략을 추진하면서 고해상도는 필수”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추격도 인상적이다. TCL은 110인치 울트라HD TV를 선보였으며, 하이얼도 84인치 울트라HD TV로 선도 업체를 위협했다. 9일(현지시간) 디스플레이서치의 폴 가뇽 연구원은 블로그를 통해 “중국 브랜드가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라며 “마케팅과 프로모션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기술적 개선도 동시에 이뤄 미국 TV 브랜드들과 맞붙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중국 제품들은 아직 모방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TCL이 선보인 TV 받침대 디자인은 국내 업체 제품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중국 TV 기술이 국내와 1~2년 정도 격차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 업체 추격 속도에 가속이 붙는데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투자를 받고 있어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하이얼이 선보인 울트라HD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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