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채권투자자를 우대하는 제도가 국채에 대한 수요를 높여, 혈세와 마찬가지인 정부의 이자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정책의 비용과 효익 가운데 어느쪽에 무게를 둘 것이냐를 둘러싼 딜레마를 안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급변동으로 인해 정부가 외자 `유치`와 `억제` 정책을 상반되게 오갈 수 밖에 없었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책 시차 문제도 이같은 고민을 야기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금융위기로 인한 급격한 외자유출기에 추진된 씨티 글로벌국채지수(WGBI) 편입이 이 사안과 직접 결부돼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 외자유치 필요로 시작된 "채권시장 외국인 우대"
지난 2006년까지만 해도 외국인(비거주자, 외국법인)의 채권투자 이자소득에 대해서는 25%의 원천징수 세율이 적용됐다. 내국인(14%)에 비해 차별적 규제를 했던 셈인데, 2007년부터는 내국인과 동일한 수준으로 인하됐다. 부진한 외국인 채권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 올해 외국인 채권 순매수, 주식 순매수의 4배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쏟아져 들어와 이제는 환율하락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08년 22조3100억원에 그쳤던 외국인의 상장채권 순매수 규모는 지난해 53조5800억원으로 불어난데 이어, 올 들어서는 지난 11일까지 9개월 여동안에만 58조84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코스피 시장을 통해 유입되는 순매수 규모를 4배 가량 웃도는 것. 이달 들어서는 국고채보다 통안채에 대한 매수세가 집중되는 등 단기자금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외화유동성 확보 정책이 적극적으로 마련되던 지난해 3월초 1600원에 육박했던 달러-원 환율은 이제 1100원선을 위협할 정도로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 "외자유입 조절 필요" vs "금리 올라가면 부담"
국제금융국 관계자는 “지난해 외국인 채권과세를 폐지했는데, 이제는 골대가 바뀌지 않았느냐”며 “돈이 들어와서 나쁜 것은 없지만, 너무 빨리 들어오니까 수급을 조절할 필요는 있다”며 외국인 채권과세 가능성을 열어뒀다.
국제금융국의 또 다른 관계자도 “검토한 적이 없다”면서도 “진 위원장의 뜻은 세계적으로 채권에 버블이 끼어있다고 하고 단기 투자자금의 유입 속도도 빠르니까 조절할 수 있다는 뜻이 강할 것”이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국고국 관계자는 “외국인 채권유입을 제재하면 채권금리가 올라가는데 그러한 부분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채, 특히 장기국채에 대한 국내 수요가 제한된 형편이라 외국인 투자를 활성화해야 하는데, 이를 거스를 경우 정부의 이자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다. 정부의 최대 과제 중 하나인 재정건전화와도 관련된 문제인 셈.
이 관계자는 “국제시장, 채권시장, 투자자와의 관계 등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시장의 신뢰문제도 덧붙여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