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크스는 세계적인 오프로드 레이스인 바자 1000 랠리가 처음 열린 1967년 대회에서 우승을 했던 모델이다. 이보다 앞서 1966년 미국 최고의 산악도로 경주대회인 파이크스 피크에서 우승을 하는 등 코브라와 로터스 7 등 당대의 명차들을 물리치며 오프로드 레이스를 제패했다.
마이어스의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탄생한 오리지널 맹크스는 12대만 생산돼 현재 지구상에 6대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복제한 키트카(부분품 상태로 구입해 조립하는 자동차)는 6000대가 생산됐고, 유럽과 아프리카 호주 등지에 걸쳐 전세계적으로 맹크스를 변형한 모델은 무려 30만대나 생산됐다.
듄 버기의 유행이 시들해지고, 시장에 복제품이 넘쳐 나면서 마이어스는 정작 1971년 맹크스 SR을 끝으로 자동차 사업에서 손을 뗐지만, 맹크스의 추억을 간직한 소비자들은 복제품으로나마 향수를 달래며 40여년을 기다려 왔다.
그리고 세기가 바뀐 2000년 `사라지지 않은 노장` 마이어스가 되돌아 왔다. 맹크스를 다시 만들어 달라는 요청에 힘입어 마이어스는 2년의 준비 끝에 21세기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된 맹크스터(Manxter) 2+2를 완성해 2002년에 발표했다. 이때 그의 나이는 이미 76세였지만 감각만은 녹슬지 않았음을 증명하듯이 맹크스터는 여전히 젊고 매력적인 모습이었다.
맹크스(두번째 사진 오른쪽)의 기본 개념을 그대로 이은 맹크스터의 디자인은 다른 자동차와는 궤를 달리한다. 그 바탕은 파격에 있다.
처음 맹크스를 발표했을 때, 어떻게 이런 디자인을 생각해냈느냐는 질문에 마이어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자동차 디자인을 가르치는 학교에 다닌 일이 없기 때문에 다른 자동차 디자이너들처럼 어디에 얽매일 만큼 많은 것을 알지 못합니다."
맹크스터의 디자인에 대해 자동차 평론가 모건 시걸은 "껴안아 주고 싶을 만큼 귀엽지만, 여성스럽지는 않고, 비율배분이 완벽하다"고 칭찬했다.
겉모습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인 문제일 테고, 어쨌든 마이어의 자유로운 상상의 결과로 탄생한 맹크스는 처음부터 폭스바겐을 활용해 설계됐고 맹크스터 역시 그 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면 맹크스터의 주행성능은 어떨까? 정답은 말하기 어렵다. 기본 차체와 주요 구성품을 구입해 조립하는 키트카로 생산되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비틀`의 플로어팬(자동차의 하부 차체) 위에 조립하는 기본 키트의 가격은 5395달러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엔진을 포함한 구동부와 플로어팬 등 핵심 구성품을 포함돼 있지 않다. 심지어 의자도 따로 달아야 한다.
한국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미국이나 유럽이라면 중고 비틀을 해체해서 재활용하면 차량 가격을 1만5000달러 정도로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완성품으로 구입을 할 경우 3만5000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2006년형 모델로 공개된 프로토 타입을 기준으로 한 가격이 그 정도 선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마이어가 공개한 2006년형 프로토 타입에는 일본 스바루의 임프레자 WRX STI에서 가져온 터보 엔진과 폭스바겐 비틀의 트랜스 미션이 장착된다. WRX의 원래 출력은 300마력이지만, 안전성을 위해 엔진을 일부 개조해 출력을 250마력으로 낮췄다. 무게가 828킬로그램에 불과해 성능은 손색이 없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60마일(96킬로미터)에 도달하는 데 불과 4.2초가 걸린다.
맹크스의 경우 도로에서 고속주행을 염두에 둔 자동차가 아니었기 때문에 시속 100마일(160킬로미터)를 내는 것이 겁이 난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에 비해 돌아온 맹크스터는 본격 스포츠 카로써 힘과 안전성을 모두 업그레이드 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