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격화하는 의-정 갈등..꽉막힌 대화창구

1일부터 의대 교수 이어 개원의도 주 40시간 진료 단축
정부, 건보재정 추가 투입..강화된 비상진료 대책 강구
의-정 대화 진전 없이 국민 불편만 더욱 악화
  • 등록 2024-03-31 오후 6:16:28

    수정 2024-03-31 오후 6:16:28

[이데일리 이지현 이연호 기자] 전공의 집단행동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의료 공백에 따른 피해가 늘고 있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추진에 반발한 의과대학 교수들이 4월부터 진료를 축소키로 예고한 데 이어 개원의도 주 40시간 단축 진료에 나서기로 하면서 상황은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응급실과 중환자실 운영 상황을 보다 면밀히 점검하는 동시에 지난달 발표한 2차 비상진료대책에서 더 나아가 강화된 3차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서울 한 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서 의료진 등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31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30일 충북 보은에서 마을 도랑에 빠진 2세 A양이 응급치료를 위해 상급병원 응급실로 옮겨져야 했지만 병원 거부 등으로 3시간 만에 숨졌다. 정부는 응급실 408개소 중 97%인 394개소가 병상 축소 없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파악했지만 정작 A양은 총 11개 도시 10개 상급의료기관에서 소아중환자 병상이 없다는 이유로 전원을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양의 정확한 사인을 조사할 계획이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상담건수는 지난 28일까지 1928건에 이른다. 이 중 수술지연이나 입원지연 등으로 피해신고로 인정받은 것만 594건이다. 하지만 신고하기 애매하거나 혹시 신고했다가 불이익을 받을까 봐 신고하지 못하는 이들까지 더하면 피해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상급종합병원들도 어려움을 토로하며 비상경영체계로 돌입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갑자기 사직 투쟁을 벌이며 충분한 의료진을 확보하지 못해 수술과 입원, 외래진료를 줄인 탓이다. 서울아산병원은 간호사 포함 직원 대상 최대 무급휴가 신청 기간을 1개월에서 100일까지 늘렸다. 진료 축소에 따른 손실을 이유로 인건비 줄이기에 돌입한 것이다. 서울대병원은 환자 안전과 인력 운용 효율화를 위해 전체 병동 60여개 중 응급실 단기병동, 암병원 별관 일부 등 10개 병동을 폐쇄했다.

의-정 모두 사태 장기화를 우려하며 대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뾰족한 묘수가 없어 장기전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비상진료 체계 유지를 위한 월 1882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지원’을 연장키로 했다. 지난달 한차례 예산을 투입했던 것을 추가로 더 투입키로 한 것이다. 이날 오후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연 조규홍 장관은 4월 1일부터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추진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이 진료를 축소하기로 예고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더 강화된 비상진료대책을 주문했다.

정부의 대화 요구에도 불구하고 의사 단체는 결속력을 높이기 위한 조직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특히 개원의도 1일부터 주 40시간 단축 진료에 나서기로 하면서 국민 불편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날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은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전국 16개 시도의사회 대표자 회의를 개최하기 전 취재진과 만나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가 한 달을 훌쩍 넘어갔기 때문에 더 이상은 교수들도 버틸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대통령과 양당 당대표들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태연, '깜찍' 좀비
  • ‘아파트’ 로제 귀국
  • "여자가 만만해?" 무슨 일
  • 여신의 등장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