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40년 만의 인플레"…우크라 사태, 더 긴장해야 하는 이유

"침공, 에너지 가격 높여 인플레 자극…긴축, 더 강화"
백악관 "미국인 24~48시간 내 대피" 촉구
1월 CPI, 40년 만 최고 가운데, 원유 급등 중
연준 3월 50bp 금리 인상 가능성 93% 관측
  • 등록 2022-02-13 오후 6:50:24

    수정 2022-02-13 오후 9:24:33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40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나타난 데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단 소식까지 나오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그간 지정학적 갈등이 세계 대전으로 비화한 사례가 거의 없단 점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일시적 변동성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이번엔 다르단 평가도 있다. 인플레 우려 속 위기인 탓에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이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군대. (사진=AFP)
그간 큰 변수 아닌 지정학적 위험, 지금은 인플레 40년 만 최고

12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코메리카 뱅크의 빌 아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 메모에서 “러시아 침공은 에너지 가격을 높이는 방향으로 인플레를 더 악화시킬 수 있고 연준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압력을 배가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국지적 군사 갈등이 큰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판단과는 다소 결이 다른 것이다. 피셔 인베스트먼트의 켄 피셔 회장도 “그간 지역 분쟁이 격화되면 주식은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세계 전쟁으로 번지는 일은 없었기 때문에 종국엔 상승하는 경향성을 나타내왔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이 인플레 측면에서 ‘평시’가 아니란 점이다. 지난 10일 발표된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월가 예상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인 7.3%를 상회한 7.5%로 발표됐다. 7.5%는 1982년 2월 이후 40년 만의 최고치다.

이같은 상황에서 러시아의 침공이 실현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다면 긴축을 시도하고 있는 연준은 더 강도를 올릴 수밖에 없다. 연준이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물가를 예측해 정책을 도입하기 보단 물가 지표가 발표되는 것을 보고 대응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출처=시카고선물거래소)
“연준, 경기 둔화보다 러시아 침공 및 에너지 가격 인상이 더 부담일 것”

우크라 사태가 격화할수록 에너지 가격은 뛰고, 금융시장에서 예측하는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강도는 상향 조정되고 있다. 지난 11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가 언제든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어 현지 미국인들은 늦어도 24~48시간 내 대피해 달라고 촉구하자, 원유 가격은 급등했다. 당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3.58% 오른 배럴당 93.10달러에 거래를 마쳤으며, 장중 기준으론 2014년 9월 30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시카고선물거래소(CME)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예측하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연준의 정책금리 50bp(1bp=0.01%p) 인상 가능성은 전날 50%에서 93.8%로 급등했다. 한 번의 FOMC 회의 이후 25bp 금리를 올리는 게 일반적인 데 비해 50bp 인상은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그만큼 연준이 강한 긴축을 해야 한단 시장의 요구가 반영됐음을 의미한다.

2월 미국의 CPI는 기저 효과로 1월에 이어 높은 수준을 기록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골드만삭스 출신 데이비드 로시 스트래티지 투자 자문 대표는 러시아의 침공 시 유가는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한다고 전망하고 있다. 2월 중 러시아 침공이 벌어지면 원유 가격이 급등하고 이에 2월 CPI는 예상치를 웃돌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빌 아담스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관점에선 러시아 침공 및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를 자극시킬 우려가 경기 둔화보다 더 위협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12일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62분간의 전화 통화를 마쳤다. 미국 측은 “침공 시 러시아는 심각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러시아 측은 “미국의 히스테리가 극에 달해 있다”며 서로 날을 세우는 등 돌파구는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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