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는 오래 못 산다?..음식 맛·냄새가 수명에 영향준다"

POSTECH 이승재 교수팀, 영양소 섭취 별도 음식 맛·냄새 수명에 영향
국제학술지 '진스 앤 디벨롭먼트' 최신호 표지논문 게재
  • 등록 2016-05-02 오전 10:18:26

    수정 2016-05-02 오전 10:18:26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달콤하고 짭짤한 맛을 번갈아 즐긴다는 뜻의 ‘단짠단짠’은 맛있지만 몸에 좋지 않은 설탕과 나트륨을 과하게 섭취할 위험이 커 소위 악마의 굴레라고 불린다. 그렇다면 한 입씩 맛만 보고 숟가락을 내려놓으면 괜찮은 것일까? 새로운 연구결과에 의하면 영양분 섭취와는 별도로 음식의 맛과 냄새의 자극만으로도 수명이 변할 수 있다고 한다.

2일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총장 김도연) 생명과학과 이승재 교수(사진)와 박사과정 뮤라트 아르탄(Murat Artan)씨는 맛과 냄새를 감지하는 감각신경세포가 자극을 받아 활발하게 작용하면 체내의 인슐린 유사물질이 늘어나 몸 전체의 노화를 촉진시키고 수명을 줄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노화 연구에 널리 쓰이는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해 감각신경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과 그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예쁜꼬마선충은 생체구조가 단순하고 3주간의 짧은 생애주기를 지닌 데다 노화를 조절하는 유전자가 포유동물과 같으면서도 유전자 조작이 손쉬워 수명 연장의 비밀을 풀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예쁜꼬마선충의 경우 환경요인을 감지하는 감각신경계가 수명을 50%까지 바꿀 수 있다는 점이 알려져 있었지만, 감각신경세포가 어떠한 요인에 반응하여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

연구팀은 예쁜꼬마선충의 먹이인 대장균에서 감각신경에 자극을 주는 화학물질을 추출해 실험한 결과, 맛과 냄새를 감지하는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면 INS-6라고 하는 인슐린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 호르몬은 수명연장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FOXO인자의 활동을 둔화시킴으로써 체내 다른 부위에 신호를 보내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연구팀은 맛과 냄새를 감지하는 신경세포의 활성화가 수명 단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빛을 통해 특정 감각 신경계의 활성에 영향을 주는 광유전학 기술을 사용한 자극으로도 같은 결과를 얻었다.

이번 연구결과는 INS-6 호르몬이 수명을 조절한다는 것과 감각신경세포가 주변의 환경 변화를 감지하는 과정이 수명을 결정짓는 가장 첫 번째 단계임을 규명해냈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더욱이 광유전학 기술이 향후 노화와 수명 조절 기술로 개발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 의미를 더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이 교수팀의 연구는 생명과학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지닌 국제학술지 ‘진스 앤 디벨롭먼트(Genes and Development)‘ 최신호의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논문 교신저자인 이 교수는 “음식의 영양분이 아닌 냄새와 맛 자체가 수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낸 것”이라며, “감각신경세포에 가해지는 자극으로 인해 수명이 변하는 메커니즘을 발견한 이번 연구가 향후 노화와 수명조절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의의를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실(Basic Research Laboratory) 지원 사업 및 석천대웅재단의 학술연구 지원 사업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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