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의 진원지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이다. 당내에선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폭과 시기의 문제일 뿐 개각은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정몽준 대표를 비롯, 여당 지도부는 이미 동반사퇴했으며 정정길 대통령실장도 사의를 표명하는 등 분위기는 한껏 고조된 한 상태. 정실장은 지난 2008년 6월 촛불집회 후 청와대 참모진 개편과정에서 발탁, 이미 재임기간이 2년여를 넘은데다 이전에도 사의를 표명한 적이 있는 만큼 교체가 확실시되고 있다. 정실장 외에도 수석비서관 2~3명 정도가 함께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사시기는 대략 이달말이나 다음달초가 유력하지만 청와대와 당주변에선 시기가 더욱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달말 캐나다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이전, 전격적인 개편을 단행할 것이라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대통령이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에 참석한 후 귀국하는 5일부터 본격적인 인사구상에 들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청와대 개편이 먼저 진행된 후 7.28 재 · 보선이 끝나야 개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재보선을 앞두고 개각이 이뤄질 경우 인사 청문회 등의 여파로 여권으로선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개각폭은 정운찬총리의 거취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총리는 일단 4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앞으로 보다 낮은 자세로 국민의 마음을 읽고,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혀 사퇴설을 일축한 상태.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여당의 패배로 사실상 세종시 문제가 물건너간 만큼 '세종시총리' 를 표방해왔던 정총리로선 부담이 심해졌다는 게 관가의 관측이다.
이중에서도 교체가 가장 유력한 장관은 유인촌, 정종환, 이만의 장관 등이다. 유인촌장관과 이만의 장관은 각종 구설수에 시달리면서 이미지가 훼손됐고 정 장관은 4대강 사업에 대한 홍보문제로 그동안 이대통령으로부터 계속 질타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큰 관심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한 경제팀이다. 경제팀은 일단 유임에 무게가 실려 있지만 지방선거를 고비로 교체 가능성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경제회복과정에서 경제팀을 비교적 무난히 이끌어온데다 범국가적 행사인 G20 정상회담을 불과 5개월여 앞두고 경제팀의 수장을 교체하는 것은 부담이라는 게 그동안 지속돼왔던 유임설의 논거.
하지만 재임 기간이 이미 1년 4개월에 달하고 당정청 모두 인적 쇄신설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내각의 핵심인 경제팀의 면모를 전면적으로 일신하지 않고는 개각의 파급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전면 쇄신론도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욱이 정권 핵심그룹에선 집권후반기에 접어든 지금 시점에서 정권창출에 직접적인 공이 있고 'MB노믹스'를 구체화할 측근그룹으로 과감히 인적쇄신을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경제팀에 대한 인사는 사실상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겸 대통령 경제특보의 입김이 크게 좌우한다는 점에서 최측근인 최중경 경제수석의 전격 발탁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경제팀이 대거 개편될 경우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동반 교체될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관가에선 2명의 학계인사를 포함, 이미 서너명의 후보군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 개각에선 임태희 노동부 장관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9월 취임한 임 장관은 유임 가능성이 높지만 청와대와 당의 가교역할을 위해 당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3선 중진의원으로 이미 정책위 의장을 지낸 바 있는 만큼 당으로 돌아갈 경우엔 최고위원이나 사무총장직을 꿰찰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임장관이 지난해 10월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북한의 김양건 통전부장과 싱가포르에서 접촉했다는 점을 들어 통일부 장관으로 입성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