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변해야 산다)①위기일까 기회일까

자금이탈 국내 주식펀드→해외 펀드로 확산
펀드 세제혜택 축소 `내우외환`
대형사 위주 재편..운용사 차별화해야
  • 등록 2009-10-29 오후 1:20:00

    수정 2009-10-29 오후 1:20:00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펀드산업은 지난 2005년부터 비약적인 성장을 해왔다. 대한민국 월급쟁이들의 대표적인 재테크 수단이었던 은행 적금이 저금리 기조로 외면받으면서 그 자리를 적립식 펀드가 파고 들었고, 2007년에는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으로 중국, 인도 등 해외 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펀드 수탁고는 급격하게 불어났다. 그러나 작년 금융위기로 반토막 펀드가 속출하자 투자자들은 펀드 환매에 나섰고, 불완전 판매를 이유로 각종 소송을 제기하는 등 펀드 업계는 홍역을 치뤘다. 올해들어 국내외 증시 회복으로 펀드 수익률은 좋아지고 있지만 펀드 환매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펀드 업계 고민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데일리는 현재 펀드산업 상황을 진단하고, 앞으로 펀드업계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를 제시해본다. <편집자주>

펀드 환매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명실공히 대한민국 월급쟁이들의 대표 재테크 수단이었던 펀드가 이제는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주가가 급락했다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적립식 펀드의 위력이 입증되기도 했지만, 선뜻 펀드에 다시 가입하려는 투자자들은 많지 않다. 펀드에 대한 신뢰 자체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렇게 설정액은 자꾸 줄어드는 가운데 운용업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신규 운용사들이 계속 설립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치열한 경쟁 속에 변신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어진 상황이 도래했다.

◇ 증시 올라도 강해지는 환매

올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월 219억원 순유출된 것을 시작으로 지난 9월까지 3월 한달을 제외하고는 자금유출을 보였다. 특히 8월에는 1조6323억원, 9월에는 2조3906억원 등 유출 규모가 조단위를 넘어섰다. 10월 들어 자금유출 속도가 진정되면서 지난 27일까지 2854억원 빠져나가는데 그쳤다.

이처럼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세가 주춤해지자 이번에는 해외 펀드에서 줄기차게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27일까지 33일 연속 자금이 순유출되면서 사상 최장 기록을 세웠다. 이 기간동안 빠져나간 자금만 8170억원에 이른다. (왼쪽 그래프 참조)

이처럼 펀드 환매가 그칠줄 모르는 것은 증시 상승으로 원금을 회복한 투자자들이 대거 환매에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증시가 1400선, 1500선 등 마디지수에 도달할 때마다 뭉칫돈이 이탈했다. 반토막 펀드로 마음고생했던 투자자들이 펀드에 더 이상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처럼 펀드 환매가 이어지면서 운용보수도 줄어 지난 1분기(4~6월) 전체 자산운용사의 영업수익은 전년동기대비 19.7%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전년비 38% 급감했다. 전분기대비로는 각각 67.3%, 27.8% 증가해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금융위기 전에 비해서는 한참 모자란 성적표다.

◇ 해외펀드 비과세 만료..기댈곳 없다

앞으로 전망도 불투명하다. 유럽계 크레디리요네(CLSA) 증권이 지난달 국내 투자자 14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펀드에 가입한 고객중 40%가 `향후 1년 내에 펀드를 환매하겠다`고 답했다.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들이 증시 상황에 따라 다시 들어올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한쪽에서는 여전히 언제 환매할까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제도적인 환경도 운용업계에 비우호적이다. 일단 해외 펀드 비과세가 올해로 만료되면서 내년부터는 해외 펀드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최근 해외 펀드에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는 것도 연말 세제혜택 만료를 앞두고 미리 환매에 나선 이유가 크다.

이와 함께 공모펀드에 거래세 0.3%를 부과할 방침이어서 펀드 수익률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식 매매 빈도가 높은 액티브 펀드는 걱정이 크다.

오은수 현대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통상 성장형 펀드의 매매회전율이 200~400%인 만큼 연 1% 내외의 수익률 하락이 발생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자산을 매수하고 고평가된 자산을 매도해 무위험 수익을 거두는 차익거래 펀드 역시 매매회전이 높아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펀드 수수료를 지불하면서까지 펀드에 가입할 필요가 있겠냐는 얘기도 나올만 하다.

◇늘어나는 자산운용사..`부익부 빈익빈 될 듯`

이처럼 펀드 업계가 안팎으로 어려운데 운용사들은 더욱 늘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높다. 
 
현재 국내 운용사는 67개. 지난 2003년 45개에서 6년만에 22개 늘어났다. (오른쪽 그래프 참조) 특히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작년에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올해부터 자통법이 시행되면서 운용업계 진입장벽이 낮아진 만큼 운용업 진출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운용하기 위해 자체 운용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 현대그룹이 100% 출자해 설립한 현대자산운용이 영업을 시작했고 롯데그룹은 롯데손해보험의 보유자산을 굴리기 위해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펀드 전문 운용사인 캡스톤자산운용, 파인트리자산운용 등이 금융위에 집합투자업 예비인가를 신청한 상태며 코람코 자산운용은 자산운용업 인가 심사중이다.

운용사가 많아질 수록 자본력과 운용능력, 판매망을 앞세운 대형 운용사 위주로 업계가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높다.

우재룡 동양종금증권 자산컨설팅연구소장은 "선진국이 연금시장 위주로 펀드 시장이 형성돼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아직 연금시장이 열리지 않아 척박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운용사가 점점 많아지는 가운데 대형사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수탁고 상위 10개사가 전체 수탁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5.5%로 전년동기 대비 4.3%포인트 늘었다.

김철배 금융투자협회 집합투자산업부 이사는 "현재 우리나라 시장 규모에 비해 운용사가 적은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능력이 되는 운용사 위주로 업계가 재편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업체별로 차별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몸짱 싼타와 함께 ♡~
  • 노천탕 즐기는 '이 녀석'
  • 대왕고래 시추
  • 트랙터 진격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