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人事에 하이닉스 초긴장..수시인사설도 `솔솔`

  • 등록 2007-07-16 오후 2:55:11

    수정 2007-07-16 오후 2:55:11

[이데일리 양효석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이례적으로 7월에 반도체총괄 고위임원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황창규 사장은 반도체총괄만 맡기로 하고, 겸직해왔던 메모리사업부장 자리를 넘겼다.

이번 인사는 주로 반도체총괄에 한정돼 전사적 차원의 인사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주력사업인 반도체총괄 내 핵심인사들에 대한 인사라는 점에서, 앞으로 삼성이 수시인사 시스템을 가동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게 아니냐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분기마다 실적을 평가, 정기인사 시즌을 기다리지 않고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조직에 긴장을 불어넣는 조치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인사를 황창규 사장 '친정체제 강화'로 해석하는 측에서는, 수시인사 도입이라기보다는 황 사장의 승부수로 보는 시각도 있다.

특히 하이닉스반도체는 이번 삼성전자 인사를 놓고 긴장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의 신임 메모리사업부장과 제조센터장이 메모리 업계에서 알아주는 실력자들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의 이번 전격적 인사 배경은 무엇일까.

16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이 겸직했던 메모리사업부장 직을 메모리제조센터장인 조수인 부사장에게 넘기는 인사를 단행했다.

겉보기에는 총괄사장과 사업부장간 역할분담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것처럼 비친다. 그러나 그동안 고위임원에 대한 인사가 1월 이외에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인사를 이런 측면으로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원래 수시인사의 대명사격 기업은 현대·기아차그룹이다.

현대·기아차는 연말연초 정기인사 관행에서 벗어나 최근 몇년째 사장급을 포함한 주요 임원에 대한 수시인사를 단행해왔다. 정기인사철이 연말연초에서 한 여름으로 옮겨진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수시인사의 배경은 역시 실적평가다. 실적이 안좋더라도 연말까지 기회를 줘야 한다는 관행에서 벗어나, 수시 인사조치를 통해 즉각 경영에 반영하겠다는 의지표현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인사도 결국 실적부진과 관련이 깊다. 삼성이 수시인사를 도입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D램 업계의 절대강자로 군림해 오던 삼성전자가 지난해 하이닉스반도체에게 쫓기게 되자, 삼성 안팎에서는 이미 내년 1월 반도체총괄의 인사 밑그림을 어느 정도 예견해왔다.

그 그림이 바로 조수인 부사장과 변정우 전무의 부상이었다. 그 시기가 이번 인사를 통해 6개월 정도 빨라진 셈이 됐다.

지난해 메모리반도체 공정기술에서 하이닉스가 100나노도 시작하지 못했을 무렵 삼성전자는 90나노에서 최적의 제품을 만들며 시장을 리드했다. 하지만 이후 삼성전자 반도체 경영진 입장에서는 뼈아픈 실수를 하게 된다. 80나노 공정기술에서 무리하게 신공정기술(6F²)을 채택하면서 수율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제때에 수율을 올리지 못해 제품 양산이 시원찮게 되자, 하이닉스의 맹추격을 받았다는 게 삼성과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삼성이 제품양산을 제대로 못하자, D램에서 공급부족 현상이 벌어졌다. 이 틈을 하이닉스가 메웠다. 결국 하이닉스는 삼성전자의 기존 고객 가운데 일부에게도 제품을 공급하면서 삼성의 빈자리를 채우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삼성의 고위 경영층은 이같은 사실을 상당히 뼈아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올들어서는 오히려 반도체 공급초과로 실적이 맥을 못추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면서 반도체 부문의 쇄신 분위기가 절실하다는 지적들이 이어졌다.

황창규 사장이 직접 간부들을 독려해 비상 야근체제로 돌입하기도 했다.

결국 삼성이 택한 것은 황 사장은 총괄조정 기능에 집중토록 하고 메모리사업은 제조센터장인 조수인 부사장에게 새로 맡겨 혁신에 나서보자는 것으로 귀결됐다.

한편으로 삼성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를 놓고 '황창규 사장의 친정체제 강화'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조수인 부사장이 메모리사업부장을 맡게 되면서 제조센터장은 변정우 전무에게 넘어갔다.

조 부사장은 황 사장의 신임이 매우 두텁고 오래전부터 같이 호흡을 맞춰온 인물이다. 조 부사장을 제조센터장으로 발탁한 사람도 바로 황 사장이다.

조 부사장은 94년 D램설계 연구위원을 시작으로 메모리개발사업부 상무, D램개발실장 등 지난 10여년간 D램 개발을 담당해왔던 핵심인물이다. 올해초부터는 메모리제조센터장을 맡아 6개월여간 제조센터를 이끌면서 신임을 받았다.

따라서 조 부사장에게 메모리사업부장을 맡긴 것은, 그를 제조센터장으로 발탁했던 황 사장이 한번더 강력한 승부수를 던지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여기에다 조 부사장으로부터 제조센터장 자리를 물려받은 변정우 전무를 결합시키면서 환상의 라인업을 갖췄다는 것이다. 원래 내년 1월 정기인사에서 이 구도로 가려했는데, 최근 실적부진으로 인해 인사가 6개월정도 앞당겨졌다는 것이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이같은 삼성전자 인사를 접하고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만큼 이번 삼성전자 반도체의 새로운 라인업이 만만찮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라이벌 하이닉스가 가장 긴장해야 할 최강의 인사가 단행된 것으로 보고 잇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황 사장이 반도체사업을 부진에서 완전히 탈피시키기 위해 스스로 사업부장 자리를 내놓는 결단을 내렸다는 해석도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

버림으로써 오히려 더 큰 것을 얻는 고도의 전략이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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