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아파트 하락세, 강남 A씨의 선택은?

  • 등록 2007-03-26 오후 2:37:28

    수정 2007-03-26 오후 2:57:31

[이데일리 윤도진기자] 공시가격 발표를 기점으로 재건축 아파트값 하락폭이 다시 커졌다.

이러다보니 강남권 지역 주민들의 심기가 어지럽다. 한집 건너 한집은 떨어지는 집값 때문에 혹은 내야할 세금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그냥 버티자`는 분위기도, `집을 팔아야겠다`는 분위기도 아닌 상태에서 제각각 대응책 짜내기에 안간힘이다.

"그래도 팔 수는 없죠. 종부세 낼 돈 마련도 걱정은 되지만 20년째 살고 있는 집인데요" 강남구 대치동 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D아파트에 살고 있는 강모 씨(49. 주부)는 아파트를 처분할 생각은 없다. 정년을 앞둔 남편이 500만원 안팎의 월급을 내놓고 있어, 매월 100만원 꼴인 보유세를 낼 수는 있을 정도라는 계산이다.

"재건축 뒤에 값이 뛴 게 좋기만 했는데 `역시 공짜는 없다`싶은 게 요즘 마음"이라는 그는 "그래도 오래 산 사람이나, 1주택자 등은 세금을 감면해 줘야 하지 않겠냐"며 세금 감면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고 있다. 

"이사를 가려고도 해봤지만 마땅한 곳이 없더라"는 김모 씨(46. 회사원)는 헌법소원, 납세 거부 등을 추진하는 지역 주민들의 모임 참여에 열심이다.

도곡동 D아파트 33평형에 사는 그는 "이 지역내에서는 종부세를 내지 않는 집이 없고, 주변지역을 봐도 눈높이에 맞는 집은 죄다 종부세 대상이다"라고 말한다. 결국 위헌사유가 많은 종부세가 폐지되는록 노력하는 것이 걱정을 덜 수 있는 길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 모 씨는 재건축 `꼭지` 케이스다. 이 씨는 지난해 가을 자신이 가진 돈 약 3억8000만원에 부모님 지원금 2억원, 은행 대출금 등을 더해 15평형 재건축 아파트를 샀다. 그가 잠을 설치는 것은 한때 10억원에 가깝게 올랐던 집값이 그가 산 8억7000만원에 다가설 정도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L공인 관계자는 "이 씨가 향후 5-10년을 내다보고 재건축 입주를 고려해 집을 산 실수요자에 가깝지만, 당장 시세도 떨어지고 세금만 물게된 탓에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거듭 문의를 해온다"고 전했다. 

"저라면 지금이라도 팔겠어요" 강남구 대치동의 B중개업소 사장은 의외로 쉽게 답을 던진다. 다주택자로 세금부담이 크거나 대출을 이용한 투자로 자금 상환압박이 크다면 지금이라도 파는 게 득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현재 매물들의 가격하락 속도라면 추가 매물이 더 나올 공산이 크고, 대선 변수 등도 제한적이어서 다시 값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그는 다만 "오랜 기간 이 곳에 터전을 잡고 산 이들이 처분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세금 부담이나 집값 하락이 `남 얘기`인 경우도 있다. 고가 아파트의 가치가 오히려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세부담으로 물갈이가 이뤄지면 더욱 `고급부촌`이 되리라는 기대도 주민들 사이에 퍼져 있다는 것이 청담동 한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세금 압력에 매물이라도 많이 나와야 중개수수료 수입이라도 생기지 않겠냐"는 한 부동산 관계자는 "그러나 이지역 고가아파트 보유자들은 세금부담을 압력으로 생각하지 않아 매물 구경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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