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인 우크라 보내려 한 러 인신매매조직 적발"

쿠바 외무부 "쿠바는 우크라이나 전쟁 한 축 아냐" 선그어
쿠바 유튜버 "러, 일자리로 쿠바인 유인해 우크라 최전선 보내"
  • 등록 2023-09-06 오전 10:55:29

    수정 2023-09-06 오전 10:55:29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러시아 인신매매조직이 쿠바 국민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하려 했다고 쿠바 정부가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오른쪽) 러시아 외무장관이 지난 4월 쿠바 아바나를 찾아 라울 카스트로(왼쪽) 전 쿠바공산당 총서기와 악수하고 있다.(사진=AFP)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쿠바 외무부는 “내무부가 쿠바와 러시아에 사는 쿠바 국민을 우크라이나에 투입된 군대에 넣으려는 러시아 인신매매조직을 인지하고 이 조직을 무력화·해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이날 발표했다. 쿠바 외무부는 “인신매매조직의 시도는 실패했으며 관련자에 대한 형사 절차가 개시됐다”며 “쿠바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한 축이 아니다”고도 했다.

그간 쿠바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자의든 타의든 연루됐다는 관측은 꾸준히 나왔다. 지난 5월 러시아 신문 랴잔가제트는 러시아에 거주하던 쿠바인이 러시아 시민권을 약속받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쿠바의 유명 유튜버인 알랭 파파라치 쿠바노는 건설현장 일자리를 약속받고 러시아에 간 쿠바인들이 우크라이나 최전선의 참호 구축 작업에 강제 투입됐다고 지난주 주장했다.

1958년 쿠바혁명 이래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이어온 쿠바가 우회적으로나마 러시아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낸 건 이례적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4월에도 쿠바를 찾아 미국 등의 제재에 맞서 양국 관계를 과시했다.

FT는 쿠바가 러시아에 거리를 두려는 배경에 경제난이 있다고 풀이했다. 올해 쿠바의 경제 성장률은 2% 미만으로 떨어져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보다 8%포인트 가까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쿠바가 미국에 제재 해제를 요청하며 유화적 메시지를 보낸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에서 쿠바 외교사를 연구하는 안드레스 페르티에라는 쿠바가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받기 위해 러시아와의 관계를 이용해 왔다며 “쿠바는 미국이 협상을 원치 않을 땐 러시아와 밀착하다가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면 러시아에 냉랭하게 굴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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