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대어' SK쉴더스 상장 물거품, 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서 흥행 부진
약세 면치 못하는 증시 상황 영향
'몸값 거품' 논란은 결국 사이버 보안 사업 가치 인정 못 받은 탓
사이버 보안 기업 재평가 기대하던 업계도 아쉬움
"거시경제 불확실성 심화, 향후 시장 상황 고려해 상장"
  • 등록 2022-05-06 오전 11:09:25

    수정 2022-05-06 오전 11:50:59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혔던 SK쉴더스가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사이버 보안 사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이 ‘몸값 거품’ 논란으로 이어졌고, 최근 약세를 면치 못하는 증시 상황까지 맞물리면서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한 탓이다. SK쉴더스의 상장으로 사이버 보안 기업들의 가치가 재평가되기를 기대했던 보안 업계에서도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진효 SK쉴더스 대표 (사진=SK쉴더스)


‘몸값 3조5000억’ 보안 대장주 탄생 물거품

SK쉴더스는 6일 공모 철회 신고서를 공시하며 “글로벌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돼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으며, 이로 인해 상장을 철회한다”는 입장을 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4일(현지시간) 22년만에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한 바 있다.

SK그룹 사이버 보안 기업 SK인포섹이 물리보안 회사 ADT캡스를 인수하며 출범한 SK쉴더스는 지난 수개월 동안 상장을 추진해왔다. 희망 공모가 범위를 3만1000~ 3만8800원으로 제시하며 시가총액 최대 3조5000억원의 보안 기업이 탄생할지 주목받았다.

하지만 물리보안 기업 에스원(012750)(시총 2조5000억원대)과 비교당하며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 시달리더니 지난 3일과 4일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사전 수요예측 단계에서 기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SK쉴더스가 공모가를 2만원대까지 낮출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으나, 결국 상장을 포기했다.

SK쉴더스는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상장을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SK쉴더스 측은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상장 추진을 검토할 것”이라며 “현재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에게 주식을 배정하지 않았고,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 실시 전이라 투자자 보호 문제는 없다”고 했다.

여전히 인정받기 어려운 사이버 보안 사업

이날 SK쉴더스는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을 상장 철회의 직접적 이유로 꼽았으나, 국내에서 사이버 보안 산업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으로도 해석된다. 애초에 SK쉴더스의 ‘몸값 거품’ 논란은 사이버 보안 사업에 대한 평가에서 시작됐다.

SK쉴더스는 갈수록 주목받고 있는 사이버 보안 사업의 성장성을 강조했지만 돌아온 답은 “어떻게 보안업계 1위 기업 에스원보다 몸값이 높을 수 있느냐”였다. 에스원은 물리보안 업계 1위 기업이고, SK쉴더스는 이 영역에서 2위 사업자(ADT캡스)이며 매출도 더 낮다는 이유다. 사이버 보안의 경우 1위 사업자(SK인포섹)지만 사실상 성장성을 크게 인정받지 못한 셈이다.

사이버 보안 업계에서도 SK쉴더스의 상장 실패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국내 사이버 보안 1위 사업자가 성공적으로 IPO를 마친다면, 상징성 뿐 아니라 업계 전체가 재조명받을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도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사이버 보안 산업은 중요성에 비해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단적인 예로 안랩은 국내 대표 사이버 보안 기업임에도 정치 테마주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동범 한국정보보호사업협회(KISIA) 회장은 “정보·물리·융합 보안을 아우르는 대기업의 탄생으로 국가 정보보호 수준 제고와 산업 활성화, 글로벌 시장 경쟁력 향상 등을 기대했는데 아쉽다”며 “머지 않아 제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SK쉴더스 관계자는 “사이버보안, 융합보안 등 회사의 성장사업을 더욱 확대하고, 경영진과 구성원이 합심해 SK쉴더스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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