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 연체 해결 못 해…산은 지원 ‘난망’
당장 닥친 문제는 외국계 은행 3곳의 연체다. 쌍용차는 지난 14일 기준 약 600억원 규모의 외국계 은행 3곳의 대출금 연체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 JP모건 200억2031만원, BNP파리바 100억1090만원,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300억3039만원 등이다. 쌍용차는 15일 연체사실을 공시하며 “외국계 은행과 만기연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성과가 없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21일 산은과 우리은행의 대출 만기가 각각 돌아온다. 산은 900억원, 우리은행 150억원이다. 산은과 우리은행이 이미 지난 7월 한차례 연장해준 대출이다.
산은은 외국계 은행의 연체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900억원의 대출 만기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산은은 지난 7월 만기연장 때에도 외국계 은행과의 협의 완료를 전제 조건으로 했다. 쌍용차는 당시에는 외국계 은행 대출을 일부 상환하고 나머지는 만기연장을 받았다.
산은 입장에서는 아무리 쌍용차의 상황을 배려해주려고 해도, 이미 연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회사에 대해 만기 연장 등 채무조정을 해주는 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이 만기연장을 해주지 않는데 우리은행이 자체적으로 연장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8월 대출금(87억500만원)을 상환받고 채권단에서 빠졌다.
결국 외국계 은행의 연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이 문제의 첫 단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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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는 쌍용차의 외국계 은행 대출에 ‘구두 보증’을 서준 상태다. 마힌드라 노력으로 연체문제를 해결할 길은 열려 있다.
또 최근 쌍용차의 판매량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판매량이 1만197대로 4개월 만에 1만 대를 넘은 데 이어 11월에는 1만1859대로 올해 월별 최고실적을 달성했다.
유휴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마련도 쉽지 않다. 팔 수 있는 자산은 이미 팔았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지난 4월과 6월 부산물류센터와 구로서비스센터를 각각 매각했다.
대출 연체가 발생한다고 해서 당장 기업이 무너지는 건 아니지만, 외국계 은행에 이어 산은마저 연체가 발생하면 쌍용차는 심각한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
채권단의 채무조정 지원이 끊기면 쌍용차는 다시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 등 수순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쌍용차는 지난 2009년 법정관리에 들어가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뒤 인도 마힌드라에 2011년 인수됐다.
새 주인 찾기도 쉽지 않다. 대주주 포기의사를 밝힌 마힌드라는 미 자동차유통회사 HAAH 오토모티브와 쌍용차 매각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수개월째 별다른 진전이 없다. 산은에선 지난해 기준 연매출이 2000만달러(약 220억원) 정도로 알려진 HAAH가 주인 역할을 제대로 할 지에 대한 의문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마땅한 구제책을 찾기 어렵다. “존속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기업”(감사 평가)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건 정부의 구조조정 원칙에 어긋난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쌍용차 지원문제와 관련해 “사업의 지속가능성이 본질”이라고 했다. 금융당국과 산은은 쌍용차 위기는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기간산업안정기금 대상에서 배제했다.
그럼에도 금융지원을 완전히 끊는 건 정부로선 쉽지 않은 결정이다. 쌍용차의 직접고용 인원은 5000명 정도다. 협력사와 판매대리점 등까지 감안하면 수만명의 일자리가 위험해진다. 결국은 정부가 논란을 무릅쓰고 정치적인 결정을 하게 될 것이란 예상이 많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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