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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미국의 정치 상황을 두고 미툴 코테차 TD증권 신흥국 전략가가 내린 진단이다. 11월3일 미 대선이 그 어느 때보다 ‘불복’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파장으로 인해 미 정가와 월가(街) 모두 불확실성의 ‘늪’에 빠졌다는 의미다.세계 최대 강대국의 정치 혼돈과 이로 인한 대내외 정책의 불확실성, 그리고 미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트럼프 대선 불복이 최악 시나리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은 그 자체만으로도 정가·월가에 미치는 파급력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최고 수준의 의료진으로부터 치료에도, 고위험군인 74세의 고령인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신속하게 완치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자칫 선거운동은 물론 업무수행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향후 대선은 말 그대로 ‘시계제로’ 상태에 놓이게 된다. 15일·22일로 두 차례의 TV토론이 예정대로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미 혼돈에 빠진 미 대선정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입원으로 더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영역에 놓이게 됐다”고 현 상황을 묘사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회복하더라도 이 불확실성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우편투표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어 두 후보 중 한 명이 ‘압승’을 거두지 않은 이상 당일 승자·패자가 결정 날 공산은 극히 작기 때문이다. 나아가 양 후보의 불복과 이로 인한 소송, 의회의 관여 등으로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미 정가·월가는 ‘혼동의 시기’를 피하기 어렵게 된다.
양측의 충돌은 결국 법적 다툼으로 비화할 수밖에 없고, 결국 연방 대법원이 최종 판결을 내리는 초유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강한 반발 속에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지명을 강행한 배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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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은 이 ‘혼동의 시기’가 최대 수개월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세계 각국의 수퍼 예측가(superforecaster) 150여명으로 구성된 굿 저지먼트(Good Judgment)의 워런 해치 최고경영자(CEO)는 “11월3일 대선이 있는 주말까지 결과에 승복할 확률은 16%에 불과하며, 추수감사절(11월26일)까지 선거 결과가 나오지 않을 확률은 43%, 추수감사절에서 내년 1월20일 대통령 취임식 사이에서야 승자가 나올 확률은 37%”라고 했다. 특히 취임식 날까지 선거 결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4%라는 게 해치 CEO의 분석이다. 자칫 대통령 승계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통령직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직면할 수 있다는 의미다.
투자자들에게는 ‘악몽’이 될 것이 뻔하다. 공화당의 조지 W(아들) 부시와 민주당의 앨 고어가 맞붙었던 2000년 대선 당시 미 대법원이 부시 대통령의 재선 판결을 결정할 때까지 미 금융시장의 겪었던 혼란은 끔찍했다. RBC 캐피털마켓에 따르면 당시 6주간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무려 12%나 폭락했다. 증폭된 정치 불확실성은 이미 전 세계 금융시장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뉴욕증시를 엄습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소식이 전해진 지난 2일 나스닥 지수는 2.22% 하락했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는 3.48% 뛰었다.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중국 때리기’의 강도가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점도 불확실성의 한복판에 있다. 도쿄도 스미토모 미쓰이자산운용 나오야 오시쿠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걸린 후 중국에 더욱 공격적 성향으로 바뀔까 우려된다”며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도 코로나19 감염 이후 반중(反中)이 됐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그나마 트럼프 대통령 확진 이후 의회 내 추가 부양책 협상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점은 불확실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州) 월터 리드 군 병원에 입원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위대한 미국은 경기부양책을 원하고 필요로 한다”며 의회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트윗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