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정재찬 공정위원장 "대형마트 유통벤더 엄중 제재"

  • 등록 2016-10-21 오전 11:10:18

    수정 2016-10-21 오전 11:10:18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21일 서울시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에서 홈쇼핑상품공급자협회, 납품업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고 “대형유통업체-유통벤더-납품업체로 이어지는 중층 거래구조에서 아직도 납품업체의 고충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유통벤더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 행위 적발 시 엄중 제재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 8월부터 유통벤더를 통한 납품관계가 많은 TV홈쇼핑과 대형마트 분야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거래실태 파악에 착수했다”며 “예비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법 위반 혐의가 있는 업체들을 선별해 현장조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또 “대형 유통업체들이 유통벤더의 불공정거래를 자율적으로 통제하는 장치도 마련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월 이갑수 이마트(139480) 대표, 김상현 홈플러스 대표,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 이상식 농협하나로유통 대표는 내년 1월부터 문제가 심각한 유통벤더의 경우 재계약 심사 시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정 위원장은 “이러한 자율 통제장치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철저히 점검·평가해보겠다”며 “불공정거래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TV홈쇼핑 등 다른 업체까지 이를 확산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 위원장 모두발언 전문이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사진=공정위)
이제 곧 첫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입니다. 가을의 마지막 절기를 앞두고 유통벤더 납품업체 대표 여러분과 뜻깊은 자리를 갖게 되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우선, 귀중한 시간을 내어주신 납품업체 대표님들께 감사드리며, 행사 준비에 노고가 많으셨던 관계자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그간 공정위는 유통시장에 공정한 거래질서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엄정한 법집행과 제도적 기반 마련에 역량을 집중해왔습니다. 2012년 시행된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라 TV홈쇼핑(’15.3월), 대형마트(’16.5월) 등 주요 유통 분야에서 불공정거래를 적발·시정했고, 중소 납품업체의 애로가 컸던 판매장려금 부당 수취, 판촉비용 전가관행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법위반유형과 판단기준을 명시한 법위반 심사지침을 제정하여 불공정거래 예방에 힘써왔습니다. 또한, 법과 제도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은 공정거래 협약이나 업계 자율 개선방안에 반영하여 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가 자율적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유도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과거 중소 납품업체들을 힘들게 해왔던 오랜 관행들이 하나 둘씩 정상화되고 있으며, 유통업체와 납품업체의 관계도 일방적 수직관계에서 협조적 수평관계로 개선되어 가는 등 상당한 성과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모든 납품업체가 이러한 성과를 충분히 체감하는 단계에 이른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특히, 대형유통업체-유통벤더-납품업체로 이어지는 중층 거래구조에서는 아직도 납품업체의 고충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통벤더는 대형유통업체로부터 ‘납품업체 관리’나 ‘MD’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중간도매상으로 그 자체로는 물류 효율화와 거래비용 절감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기능을 하지만, 거래단계를 한 단계 늘려 납품업체에게 돌아갈 이윤이 줄어들게 하거나,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게 각종 비용을 떠넘기는 창구로 악용될 소지도 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감안하여, 유통벤더가 제 기능은 다 하게 하면서 거래단계 증가에 따른 부작용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유통벤더와 납품업체간 공정한 거래질서 정착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선, 유통벤더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위반행위 적발 시 엄중 제재하겠습니다. 공정위는 이미 지난 8월부터 유통벤더를 통한 납품관계가 많은 TV홈쇼핑과 대형마트 분야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거래실태 파악에 착수했습니다. 예비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법위반혐의가 있는 업체들을 선별하여 현장조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입니다.

아울러, 유통벤더가 대규모유통업법 적용대상이 아닌 점을 이용해 대형유통업체들이 이들을 ‘규제회피 수단’으로 악용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감시하겠습니다. 또한, 대형유통업체들이 유통벤더의 불공정거래를 자율적으로 통제하는 장치도 마련해나가겠습니다. 올해 7월 대형마트 CEO 간담회에서 발표한 업계 자율 개선방안에 따르면, 대형마트들은 내년 1월부터 ①유통벤더와 거래하는 2차 납품업체의 애로사항 제보채널을 운영하고, ②애로·불만사항을 다수 유발한 유통벤더는 재계약 심사 시 불이익을 주기로 했습니다.

공정위는 이러한 자율 통제장치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철저히 점검·평가해보고, 불공정거래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TV홈쇼핑 등 다른 업태에까지 이를 확산시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나아가 기존 공정거래 협약제도나 표준계약서 등에도 이러한 장치가 반영될 여지는 없는지 면밀히 검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공정한 유통시장을 만들기 위한 법·제도적 기반은 어느 정도 갖춰졌다고 봅니다.

앞으로는 그동안의 법집행과 제도개선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사각지대는 없는지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겠습니다. 만일 그러한 분야가 있다면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나가는데 힘을 쏟겠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늘의 간담회도 정부와 업계의 자유로운 소통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평소에 겪으셨던 어려운 일, 주변에서 보고 들으신 잘못된 관행이 있으시다면 기탄없이 이야기해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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