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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동욱 정다슬 기자] 23일 철도노조의 철도 파업이 역대 최장기인 15일째에 접어들면서 여객수송 차질이 심화될 전망이다. 정부가 파업 대체인력 피로 누적에 따른 사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KTX를 이날부터 30%가량 감축 운행하기로 하는 등 철도와 전철 운행횟수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타협과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정부와 철도노조 사이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다. 22일 정부는 경찰 5000여명을 동원, 철도노조 집행부를 검거하기 위해 민주노총이 있는 경향신문사에 강제 진입했다. 파업이 기약없이 길어지면서 운송률이 크게 떨어지고 사고위험성 또한 높아지자 정부가 철도노조 집행부 체포라는 강수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철도파업에 대한 정부 입장은 강경하다. 명백한 불법파업인 만큼 관용없이 엄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와 안전행정부는 이날 오후 2시 공동으로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철도노조 파업은 어떤 명분과 실리도 없는 불법파업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유정복 안행부 장관은 “철도노조 핵심부에 대해서는 법원에서 이미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며 “정부의 영장집행은 어떤 단체나 개인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강경 진입을 계기로 막후협상마저 중단된 데다, 철도노조는 되레 전 노조원 상경집회 등 맞불을 놓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철도파업 사태 해법 찾기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시민불편 ‘발등의 불’·· KTX·수도권 전철 운행 대폭 감축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KTX와 지하철 감축 운행에 따른 시민불편이다. 특히 승객이 몰리는 월요일 출근길부터 운행감소에 따른 혼잡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과 경기지역을 잇는 수도권 전철은 이날부터 15% 감축 운행된다. 하루 평균 1931회 운행하던 전철은 1798편만 운행된다. 새마을·무궁화호 등 일반열차는 파업 이후 평시의 65.6%를 유지하던 운행률이 61%로 떨어진다. 시민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KTX의 운행 횟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다. 하루 평균 주중 200회 가량 운행되는 KTX는 146회로 운행횟수가 무려 54회(27%)가 줄어든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초 정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파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파업이 언제 끝날지 예측할 수도 없을 만큼 상황이 악화됐다”며 “파업이 4주차까지 길어지면 KTX 운행률은 평소보다 43%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초강경 대응 예고‥파업 동력 약해지나
정부는 회사측의 강경 대응으로 인해 파업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코레일은 파업참여 노조원 7999명을 직위해제하고 186명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아울러 회사측은 철도노조에 77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실제 22일 12시 기준 철도파업 복귀 인원은 1084명으로 복귀율이 12%를 넘어섰다. 파업 참가율은 37.5%로 16일(39%) 정점을 찍은 이후 점차 감소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파업 복귀 인원이 1000명을 넘어선 것은 그만큼 파업동력이 약해진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특히 노조에 대한 경찰 수사 등이 현재 진행 중인 만큼 앞으로 파업 동력은 더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핵심인력인 기관사 복귀률은 1% 미만에 그친데다 대체운송을 맡아온 화물차량 노조인 화물연대가 연대파업을 선언하는 등 파업 전선이 확산될 조짐도 보인다.
◇ 정치권 갈등 격화‥해법 마련 요원
철도파업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도 점차 격화되는 양상이다. 여당은 이날 경찰의 검거작전에 대해 ‘합법적 공권력 집행’이라고 감쌌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철도노조 파업은 시민의 발을 볼모로 한 불법파업”이라며 “공권력을 투입하는 것은 시민의 권익보호를 위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불통정치의 본보기라며 서승환 국토부 장관 해임안 제출을 검토하는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안전행정위·국토위 소집을 결정했다.
주승용 국토위 위원장(민주당)은 “철도노조 파업은 불법파업이 아니다”며 “정부가 일방통행식 철도정책을 강행한다면 국토부 장관 해임안 제출 등 모든 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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