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체제(OS) 공급업체인 구글이 휴대폰 제조업체인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삼성전자가 애매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구글과의 협력관계가 돈독하다고 자부하지만, 모토로라가 구글을 등에 업고 향후 스마트폰 시장에서 급부상할 경우를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애플과 스마트폰 양강 구도를 어렵사리 형성한 상황에서 이 같은 돌발변수가 발생한 터라 우선은 이를 유지하기 위한 단기적인 `처방전`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삼성전자가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 것이 자명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냉정한 진단이다.
조성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수에 대해 "애플이 되고 싶은 구글의 속내가 드러난 것"이라며 "안드로이드 OS 제조업체들의 입지가 약화될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2009년 말께 부리나케 자체 OS `바다`를 공개한 이래 소프트웨어 인력을 대거 영입하고, 최근에는 한발짝 더 나아가 `S직군`을 신설하는 등 일련의 조치들은 이 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
더 나아가 삼성전자가 이제야 비로소 전 세계 산업계의 `메이저리그`에 진입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애플, 월풀 등 그야말로 업계 `최고수`들이 삼성전자를 노골적으로 견제하는 최근의 상황이 이를 방증한다.
재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가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경쟁 체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회장의 고민이 그만큼 깊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이 회장이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정기적으로 출근하면서 사장단 보고를 받는 등 사내 기강을 다잡는 일련의 과정은 이 같은 삼성전자의 처지와 직접적으로 맞닿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