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은 '아니오'다. 현지에서 직접 판매한 후 수익금만 배분받는다. 굳이 들여와서 수송비를 더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중동지역이나 우리나라 인근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해서 원유수입이 불가능해지는 비상사태가 되면 그 우리 몫의 원유를 배로 실어올 수 있을까. 정답은 '글쎄요'다. 대부분의 해외 유전은 정부 지원금을 받아 개발되고 있어 유사시에 정부가 도입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한국으로 들어오는 뱃길이 열려있어야 가능하다. 뱃길이 열려있다면 굳이 '우리 석유'를 고집해서 들여올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에너지 등 국내 민간기업들의 해외 유전투자를 '에너지 독립전쟁'으로 부르는 이유는 유사시에 그 석유를 들여와서 국민들이 나눠 쓸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원유가격 급등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줄일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모든 기업들이 국제유가 급등을 악재로 받아들이는 비산유국의 숙명같은 쏠림현상을 해소하고 완충적인 포트폴리오를 만들자는 의미다. 기름값이 오르면 수익성을 위협받는 대한항공이 유가상승시 이익이 늘어나는 S-OIL을 인수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 박지성· 이승엽 같은 기업들
전세계적인 석유자원 확보 경쟁이 아프리카나 남미, 중동 등 미개발 산유국끼리의 '제 땅의 석유찾기' 경쟁이 아니라 자국의 석유만으로는 부족한 선진국들간의 각축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본질은 '남의 유전을 둘러싼 땅따먹기 경쟁'이다. SK에너지, LG상사, 대우인터내셔널 등은 해외 유전개발 리그에서 활약하는 박찬호, 박지성, 이승엽과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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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 관계자는 "석유개발 사업에서 포트폴리오의 중요성은 그만큼 오랫동안 투자해온 역사를 반증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석유개발 사업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보증하는 부분이기도 하다"며 "보유한 광구의 포트폴리오만 봐도 어느 수준의 석유기업인지 한 눈에 알 수 있는 게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SK에너지는 이런 한계를 벗어나서 러시아(캄차카 광구)와 베트남(15-1광구)에서 우리나라 기업들과 공동운영을 시작했고 . 지분 70%를 확보해 운영권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북이베리아(Iberia North) 광구는 탐사작업부터 SK에너지의 자회사인 SKE&P가 전담하고 있다.
◇ 지구 반대편 페루에도 SK에너지 깃발
SK가 지난해 페루 등 6개국 7개 생산광구에서 분배 받은 원유는 745만8000배럴. 이를 팔아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총 2151억원이다. SK가 지난해 거둔 영업이익의 20%에 가까운 수치다. 내년부터는 이런 이익의 규모가 더 빠른 속도로 커질 전망이다.
가장 큰 기대를 거는 광구는 역시 SK가 해외 석유개발을 통해 벌어들인 영업이익 중 절반을 벌어들이는 페루 카미시아 광구다. 2004년부터 생산에 들어간 이 광구는 SK가 40년간 사업권을 가지고 있는데 이미 투자비용 3억달러를 모두 회수했다.
SK에너지는 최근 페루에서 또 하나의 모험을 시작했다. 페루 카미시아 광구와 인근의 56광구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LNG로 만들어 멕시코에 판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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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SK에너지의 지분율은 30%. 미국 헌트와 스페인 렙솔 등 굴지의 메이저 석유사와 대등한 위치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현재 페루 수도 리마 남쪽 170㎞ 지점에 있는 팜파 멜초리타 지역에 천연가스를 액화하는 대규모 플랜트를 건설중"이며 "SK에너지는 앞으로 5억90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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