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일줄 모르는 부동산..한은의 선택은

집값-전셋값 괴리심화..전문가 "투기적"
땅값도 급등..`기업투자 위축 우려`
다음주 금통위..금리인상여부 `촉각`
  • 등록 2005-08-03 오후 2:42:23

    수정 2005-08-03 오후 5:09:41

[이데일리 이학선 황은재기자] 다음주 열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한은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채권시장은 한은이 금리인상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경제에 무차별적 효과를 미치는 금리정책을 사용할 경우 회복세를 보이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승 한은 총재도 지난달 콜금리를 동결한 뒤 가진 설명회에서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부동산 문제에 대해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은이 계속 팔짱만 끼고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만만치않다. 정부의 강도높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집값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토지가격 움직임이 심상찮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이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7월 주택매매가격은 한달 전에 비해 0.8% 올랐다. 정부가 "헌법처럼 바꾸기 어려운 정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부동산 시장은 눈치보기 끝에 값을 슬금슬금 끌어올린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전셋값과 비교할 때 더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달 전국 전세가격은 장마철 비수기 영향으로 전월보다 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집값 상승률에 크게 못미칠 뿐더러 상승률도 6월 0.2%에 비해 하락했다. 한마디로 전셋값은 주춤하는데 집값만 오르는 셈이다.

권혁부 대신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집값과 전셋값 차이가 확대되는 것은 부동산 시장이 투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8월 정부의 부동산 대책 효과가 없을 경우 한은이 금리인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땅값이 들썩거려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6월중 전국 지가는 0.789% 상승해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이 1.31%로 가장 많이 올랐고 경기 0.90%, 대전 0.83% 등의 순이었다. 최근에도 미니 신도시, 뉴타운 기대감 등으로 서울과 인근지역 땅값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한은도 집값보다 땅값이 더 큰 문제라고 여기고 있다. 공급확대로 제동을 걸 수 있는 집값 문제와 달리 토지의 경우 인위적 공급확대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땅값 상승은 기업투자를 위축시키는 직접적 요인이 될 수 있어 한은의 고민을 더욱 키우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이 공장부지를 물색하기 위해 지방에 내려갔다오면 벌써 어느 기업이 온다더라 하는 소문이 돌아 부근의 땅값이 치솟는다"며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라면 모르겠는데 그보다 더 큰 폭으로 올라 투자를 아예 포기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집값의 경우 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공급확대를 통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만 땅값은 그렇지 않다"며 사실상 집값보다 땅값 움직임에 더 신경쓰고 있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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