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뜨면 수백개사 우르르…사전심사 강화해야

[부실입찰 방지 강화 목소리 확산]
美·英 등선 경영·기술력 집중 점검
본입찰엔 증명된 3~5개사만 참여
국내도 입찰자격 사전심사 하지만
기술 평가 없이 대부분 만점 부여
수백곳 통과하니 발주처 선별못해
  • 등록 2023-08-06 오후 7:07:22

    수정 2023-08-06 오후 7:26:11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해외에선 건설업체 선정 시 사전심사제도를 운영해 엄격한 입찰자참가자격심사를 진행하고 발주자의 기술부분에 대한 평가를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근 누락을 야기한 아파트 시공·감리·설계 업체가 누계벌점이 높은 곳이었다는 것이 드러난 만큼 국내 건설업체 선정 시스템에도 부실 입찰참가자를 막는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해외에선 본입찰 전 입찰자를 사전선별하는 사전심사제도를 엄격히 1건의 공사의 평균 입찰자 수가 3~5개에 불과하다. 이는 기본적으로 발주자에 의한 엄격한 선별메커니즘이 확립돼 있고, 입찰참가 때마다 상당한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먼저 미국은 민간 보증회사를 통해 입찰자의 객관적인 경영상태를 평가한다. 입찰자는 경영안전성을 증명하기 위해 비용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이에 따라 객관적으로 증명된 소수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고 발주자는 소수 입찰자에 대한 기술력을 중심으로 낙찰자를 선정한다.

영국 재무부의 정부공사 조달지침에서는 3~4개의 입찰참가자를 선별한 뒤 가격 입찰을 거쳐 최종낙찰자를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와 일본에서도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사전 선별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건설업체는 이러한 사전자격을 보유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관련기관 등에 증명자료를 제출해 등록·확인받아야 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기술평가를 위한 민간 전문가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국내도 등급제한 입찰제도와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제도(PQ)를 운영하고 있으나 선별기능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평가다. PQ를 적용하는 공사 업체 대부분이 만점의 수준으로 통과하고 있어 제도의 변별력이 미흡하고 공사실적, 성과의 미반영과 보유 기술자의 능력을 평가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300억원 이상의 종합심사낙찰제 공사만 해도 입찰 참가사 수가 수백개에 달하는 것이 보통이다. 어느 업체나 입찰에 참가할 수 있다는 공정성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입찰 참가자 수가 지나치게 많으면 참가업체의 공사수행능력을 발주자가 적절히 판단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 최근 철근누락 현장에 참여한 건설업체는 여러 번의 지적을 받았으나 걸러지지 못했다. LH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허영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건설사업자와 건설사업관리자 벌점 부과 현황 자료에서도 지난달 31일 국토부가 발표한 철근 누락 공공주택 15개 단지 중 13개 단지의 시공, 감리, 설계 업체가 모두 벌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주운정 A34 지구 시공사인 대보건설은 최근 5년간 3건의 공사에서 벌점을 받았으며 누계 벌점은 4.72였다. 이는 LH 발주공사 시공업체 중 3번째로 높은 수치다. 대보건설은 파주운정3 A-23BL 지구도 시공사로 참여했다.

유일한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일반공사에선 입찰참여 기회균등의 원칙을 고려해 과도한 제한을 두지 않았고 벌점 받은 업체도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제재 효과가 희석됐던 것이 사실이다”며 “부실시공 문제 등이 불거진 이상 사전심사제도를 엄격하게 거를 수 있는 장치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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