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항암제’ 노바티스 킴리아주 상륙…국내 주자들도 개발 가세

CAR-T 치료제, 인체 면역체계 이용해 부작용 적어
CAR-T 치료제 시장 매년 54%씩 성장 전망
유틸렉스·앱클론·GC녹십자셀 등 임상 진입 수순
비싼 약가, 전문 인력 필요, 규제 비용 등 과제
  • 등록 2021-03-14 오후 3:47:28

    수정 2021-03-14 오후 9:42:50

[이데일리 왕해나 기자]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세포치료제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가 국내에도 상륙했다.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의 항암제 ‘킴리아주’가 최근 국내 허가를 받으면서다. 국내 바이오업체들도 다소 늦기는 했지만 올해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앞다퉈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노바티스 CAR-T 치료제 킴리아주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CAR-T 치료제는 환자의 면역을 담당하는 T세포에 암세포의 특징적인 항원을 인지하는 수용체를 삽입, 정상세포는 놔두고 암세포만을 파괴할 수 있도록 개발된 면역항암제다. 면역항암제는 인체가 가진 면역체계를 강화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광범위하며 장기간 효과가 지속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노바티스의 CAR-T 치료제 ‘킴리아주’.(사진=노바티스 홈페이지)
CAR-T 치료제는 2017년 노바티스가 킴리아주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백혈병 치료제로 승인받으면서 최초로 상업화됐다. 노바티스는 다른 치료제 사용이 제한적인 재발성·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성인 환자에 대한 임상시험에서 39.1%의 환자가 치료되는 결과를 얻었다. 재발성·불응성 비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소아 환자의 경우 82%가 완치됐다는 결과도 보고했다. 같은 해 길리어드가 예스카타 품목허가를 받으며 제약사들의 개발 경쟁은 한층 뜨거워졌다. 지난해 길리어드는 두 번째 치료제 테카르투스 시판허가를 받았고 지난달에는 BMS의 브레얀지주도 FDA 문턱을 넘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CAR-T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7년 7200만달러(약 818억원)에서 2028년 82억5830만달러(약 9조3855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53.9%에 달한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도 CAR-T 치료제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후발주자인만큼 CAR-T 치료제 적응증을 늘리거나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한 형태로 개발 중이다. 가격 경쟁력도 갖춘다는 전략이다.

큐로셀은 지난달 국내 업체 중 최초로 CAR-T 치료제 국내 임상 1·2상 승인을 받았다. 현재는 치료 대상을 림프종에 집중하지만 향후 고형암(형태가 있는 장기 등에 발생하는 암) 치료제로도 내놓는다는 구상이다. 고형암은 발생 원인이 복잡하고 환자마자 변이가 많아 항원을 특정하기 어려워 CAR-T 치료제 개발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틸렉스(263050) 역시 고형암 대상 CAR-T 치료제 ‘EU101’을 개발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위탁개발생산을 진행 중으로 지난 1월 FDA에서 임상 1·2상을 승인받았다. 국내 식약처에도 지난 2월 임상 1·2상 시험을 신청했다. 앞선 비임상 시험에서는 암세포를 완전히 사라지게 했다는 연구결과로 관심을 받았다.

앱클론(174900)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CAR-T 치료제 ‘A101’ 임상 1상을 신청할 계획이다. 기존 다국적 제약사의 치료제와 비슷하게 림프종과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항원 결정 부위가 달라 기존 치료제에 불응하거나 재발한 환자에게 효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서 앱클론 대표는 IR설명회에서 “기존 치료가 작용하는 부위보다 세포막에 물리적으로 더욱 가까워 수용체가 변이되더라도 항암제의 효능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툴젠은 유전자 교정 기술을 이용, 암 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의 기능을 향상해 CAR-T 효능을 높이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올해 해외 파트너와 임상시험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 GC녹십자셀은 지난해 미국에서 CAR-T 치료제 임상시험을 수행하기 위해 노바셀을 설립, 올해 미국 임상 1·2상을 신청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CAR-T 치료제가 많은 환자들에게 쓰이기까지는 여러 과제가 남아있다. 우선은 약값이다. CAR-T 치료제는 1인 맞춤형으로 제조되기 때문에 제조에만 수십일이 걸리고 미국에서는 환자 1명당 4억~5억원의 비용이 든다. 건강보험이 적용될 경우 치료비는 수백만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국이 급여 항목으로 채택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치료제 투약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해 의료현장에서 만반의 준비도 필요하다. 기존 의약품과 달리 CAR-T 치료제는 환자 혈액 채취, 투여를 위한 사전준비, 부작용 관리 등 의료진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전문 인력과 교육이 요구된다.

킴리아주가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첨단재생바이오법 1호로서 국내의 문턱을 넘었지만,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더 신속한 개발과 허가·심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환자 T세포를 미국 제조소로 보내고 완제품을 다시 국내 반입하는데 있어 여전히 규제 관련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설명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CAR-T 치료제가 최초 도입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면서 “국산 치료제가 다수 나오게 되면 비용과 허가 문제도 점차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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