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 "美, 北에 핵무기 사용, 트럼프 제스쳐에 불과했을 것"

마초맨 트럼프, 흥분해서 명령하고 번복하는 모습 보여
전쟁 준비단계로 가는 실천단계는 아니었을 것
日스가 총리 취임, 노선은 변하지 않으나 대화 복구 기대
  • 등록 2020-09-15 오전 9:54:06

    수정 2020-09-15 오전 9:54:06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김준형(사진) 국립외교원 원장은 미국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저서 ‘격노’(Rage)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2017년 미국은 핵무기 사용까지 검토했다는 보도에 대해 “실질적으로 전쟁준비 단계로 가는 실천 단계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원장은 15일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성향이 상당히 마초적인 측면이 있고 스트롱맨의 리더십이 있다”며 “시리아, 이란, 북한에 대해서 자기가 흥분하면 ‘치자, 미사일 쏘자, 때려라’라는 표현을 많이 했는데 처음에는 참모들이 굉장히 충격을 받았지만 이후 다음 날이나 일주일 후 사그라드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따라) 준비하다가 두 번, 세 번, 네 번 반복하는 (것을 통해 그것이 트럼프의) 제스처였다는 것이 내부 참모들의 공통적 관찰”이라며 “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장관도 나중에 그 부분을 얘기한 적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미국 대통령 위치에서 그렇게 말했다는 것은 심각한 상황인 것은 맞다”며 “코피 전략(bloody nose strategy·북한의 핵, 미사일 시설에 대한 미국의 제한적 타격)을 포함해 해상봉쇄, B1폭격기를 비롯해 북한 영공에 가장 가까이까지 발진한다 등은 다 무력옵션. 그 중에서 핵무기 공격은 사실상 가장 심각한 단계의 무력옵션으로 그런 것들을 검토하는 단계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미국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포함된 작전계획 5027를 검토했단 보도에 “작계 5027에는 핵무기 사용은 없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청와대의 발표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동의 없이 전쟁하거나 한국의 동의 없이 핵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부분은 정확하게 한·미간 합의된 사항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 역시 즉흥적인 발언에 불과했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실제 우드워드가 책에서 미국의 작계 5027 검토와 관련해 서술한 내용은 “80개의 핵무기 사용을 포함할 수 있는 공격에 대한 미국의 대응(the U.S. response to an attack that could include the use of 80 nuclear weapons)”이었다. 북한이 80개의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미국이 대응계획을 짰다는 의미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대 80개 가량의 핵무기를 가진 것으로 추정해왔다. 일부 한국언론들의 번역 실수에서 발생한 오보에 청와대가 사실 관계로 대응한 셈이다.

이와 별개로 현재진행형인 외교 안보 이슈가 공개되는 것에 대해 김 원장은 “당시 분위기를 위해 마음을 터놓거나 상대방의 마음을 사기 위해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친서)들이 그 부분만 떼어서 얘기하면 굉장히 저자세처럼 보이고, 내부에서 강하게 보였던 정치적 자본·자산 등을 훼손시킨다”며 “앞으로 누가 진심을 두고 비공개라고 믿고 얘기할 수 있겠는가. 이건 앞으로 정말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민당 새 총재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선출되면서 향후 한일 관계에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일본의 대화방식은 한국이 굴복하기 전까지, 다시 말해서 ‘지금까지 말한 것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이기 전까지 대화하지 않겠다’였다”면서 “(징용·위안부·수출 규제 등에 대한 정책) ‘노선은 변화하지 않겠지만 대화는 할 수 있다’는 게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봤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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