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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유튜브 ‘ER story[응급실 일인칭 브이로그]’ 채널에는 ‘외상 환자의 심폐소생술’이라는 제목의 4분 30초가량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교통사고를 당한 후 의식이 없는 한 남성이 응급실로 실려 들어와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하는 모습, 기관삽관을 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상의와 하의가 벗겨져 체모가 드러나기도 했다.
계속된 심폐소생술에도 환자의 맥박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자 해당 교수는 “안타깝지만 안 되실 것 같다. 마음이 아프다”며 “익스파이어(expire·사망선고) 할게요”라고 했다.
같은 날 올라온 다른 영상에서는 항문에 이물질이 들어간 환자를 치료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을 흐릿하게 처리하긴 했지만 환자의 둔부가 드러나고 항문에 손가락을 넣고 이물질을 꺼내는 장면까지 적나라하게 나왔다.
해당 교수 “학생들 교육 목적으로 만들어…환자께 죄송”
이 채널을 만들어 운영한 A교수는 29일 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학생들에게 응급실 상황을 교육하기 위해 영상을 제작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가슴 부분에 착용한 보디캠 영상에 찍힌 응급처치 장면을 편집해 유튜브에 올렸다는 것이다. 환자의 동의는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A교수는 “원래는 (돌발) 사고나 폭력성이 있는 환자분 때문에 보디캠을 차고 다녔다. 그러다가 질병과 관련된 부분은 교육용으로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영상을 조촐하게 만들어 봤는데 (오늘) 바로 내렸다”면서 “(영상에 나온) 환자들에게 죄송하다. 지금도 (병원) 원장님 뵙고 소명하러 가는 길”이라고 밝혔다.
현직 응급의 “리얼리티 쇼처럼 접근…매우 위험”
현직 응급실 의사들은 이러한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 행위는 의료 윤리 위반이라고 지적한다. 정용욱 아주대병원 응급의학과 촉탁의는 “A교수는 (응급실 상황이) 일상이어서 ‘리얼리티 쇼’처럼 접근했겠지만 이는 의사에 대한 믿음을 흔드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영상에 등장한)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 그리고 병원 관계자 모두에게 동의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지만 동의를 구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의료 행위 과정에서 과잉 진료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실용적인 정보를 전달하고자 응급실 영상을 제작했다’는 취지도 반박했다. 정 촉탁의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걸 쉽게 설명해 주는 목적이라지만 흥미 위주로 의료 행위의 단편적 정보만 제공하면 받아들이는 사람이 곡해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며 “무엇보다 의사와 환자 관계에 치료 외 제3의 행위가 생기는 것 자체가 비윤리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의사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용이 늘면서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11월 의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에는 ‘개인의 정보(비밀) 보호와 관련, 의사는 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관련 법규와 의사윤리지침이 SNS의 사용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걸 알고 있어야 하며, 식별 가능한 환자 정보를 게시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