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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 후보자는 뇌물 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적이 없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지만, 자정을 넘긴 청문회 막판 윤 후보자의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위증 논란이 불거졌다. 변호사에게 윤 전 세무서장을 만나보라는 윤 후보자의 육성이 담긴 파일이었는데,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윤 후보자가 하루 종일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윤 전 세무서장은 윤 후보자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의 친형이다. 논란이 커지자 윤 국장은 ‘변호사를 소개한 것은 자신’이라며 해명에 나섰다.
윤 국장은 “이모 변호사는 제가 중수부 과장을 할 때 수사팀 직속 부하였다”면서 “소개는 제가 한 것이고 윤 후보자는 관여한 바가 없다. 윤 후보자가 그렇게 인터뷰를 했다면 나를 드러내지 않고 보호하기 위해 그런 것으로 생각된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청문회는 9일 새벽 1시50분께까지 이어졌다.
윤 후보자는 8일 오전부터 해당 의혹에 대한 집중 질의를 받았다. 윤 전 세무서장은 지난 2013년 육류 수입업자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은 바 있는데 한국당은 그가 해외 도피를 전전하다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된 배경에 주목했다.
주광덕 한국당 의원은 “국세청 고위직에 해당하는 용산세무장으로 재직하던 사람이 경찰에 한번 소환 조사를 받은 뒤 바로 해외 도피행각을 벌인다. 이 사람이 뭔가 큰 죄를 짓지 않고서는 자기 집과 공직, 100명이 넘는 부하 공무원을 다 버리고 일방적으로 도주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나”라며 “몇 개국을 전전하다 8개월 후 인터폴에 불법 체류자로 체포된다. 국내로 강제 송환된 뒤에는 22개월 후 석연찮은 이유로 무혐의 처분됐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자는 이와 관련된 야권의 질의에 “(윤 전 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며 골프를 한 두 차례 쳤고 이따금씩 점심 식사를 함께 한 사실 정도를 인정했다. 또 수사에 개입하는 등 영향을 끼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청문회인지 윤우진 청문회인지 모르겠다. 시중에 떠도는 소문이나 이해 관계에 따라 억측하는 것을 주장하지 말고 후보자와 관련한 것만 정확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관련 의혹은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경찰 측 증인들과의 질의에서도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다.
당시 사건 수사팀장인 장우성 총경은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방해한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묻는 질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며 “영장이 반복적으로 기각돼 의아했다. 당시 수사 지휘는 지금도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윤 후보자나 윤 국장이 사건에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던 중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2012년 12월 윤 후보자와 언론사 소속 기자 간 통화 내용을 청문회장에서 공개했다. 윤 후보자는 당시 전화통화에서 ‘이모 변호사에게 윤대진에겐 얘기하지 말고 윤 전 세무서장을 만나보라고 얘기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여당 일각에서도 사과를 요구했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어쨌든 녹취파일 내용과 (오전에) 답변했던 것이 다르니까 사과하는 게 낫겠다. 오해의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권유했다. 윤 후보자도 이에 “오해가 있다면 명확하게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한편 여야 법사위 간사들은 청문회를 산회하는 조건으로 윤 후보자가 청문 자료 제출을 확실히 보장받을 것을 요구했다.
윤 후보자는 군 면제를 받게 된 ‘부동시’(짝눈) 관련 자료를 오는 10일 오후 6시까지 제출할 것과 본인 재산관계 서류를 가능하면 제출할 것을 약속했고 청문회는 산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