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기술, 청학동에 새바람 넣다 (르포)

  • 등록 2015-07-07 오전 10:56:34

    수정 2015-07-07 오전 11:03:15

스마트폰으로 전송된 ‘뱀 출몰 주의’ 비콘 메시지.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뱀 출몰 주의!”

수풀이 우거진 계곡 옆을 걷자 비콘(Beacon) 메시지가 스마트폰으로 전송됐다. 뱀 출몰 지역으로 수풀속 생물을 조심해야한다는 내용이었다. 조금 옆을 지나자 청학동 장터 정보가 스마트폰 화면에 떴다. 근처 음식점 정보를 선택하자 음식 사진과 메뉴 가격까지 떴다. 예약도 바로 가능했다.

청학동 주변을 잠깐 걸었을 뿐인데 지역민들이나 알 법한 정보가 비콘 메시지로 수시로 들어왔다. 안내 가이드 없이도 관광, 숙박이 가능할 정도였다. KT가 설치한 저전력블루투스(BLE) 기반 비콘 덕분이다. KT는 청학동 관광지역과 식당 주변에 200여 곳에 비콘을 설치했다.

기가인터넷과 원격 학습 솔루션은 청학동 서당의 모습을 변모시켰다. 과거의 훈장은 학동을 앞에 두고 근엄하게 한자와 경서를 가르쳤다. 기가인터넷이 깔린 현대의 서당에서 훈장은 초고화질(UHD) TV를 통해 해외 유학생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취재진이 기가 서당을 방문했을 때 강동균 훈장(56)은 경기창조혁신센터 입주기업 ‘인터렉티브’가 공급한 모바일 전자칠판으로 서예를 가르치고 있었다. 강 훈장이 쓴 한자 이미지는 핀란드에 있는 학생들의 스마트폰에 전송됐다.

핀란드 학생들은 강 훈장이 쓴 획대로 한자를 썼다. 이들이 쓴 아비 부(父)가 청학동 서당에 있는 TV 위에 보였다. 정 훈장은 “어제 처음 써봤기 때문에 직접 대면해 가르치는 것보다는 어색하다”면서도 “원거리에 있는 학생들과 공부할 수 있어 편리했다”고 말했다.

핀란드 유학생에 한자 원리를 강의중인 강동균 훈장.
국내 대표 전통 문화 보존지로 이름난 청학동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첨단 통신 기술이 노령화 시름에 시달리는 농촌을 스마트마을로 바꿔놓은 것이다.

황창규 KT 회장도 6일 ‘청학동 기가 창조마을 선포식’에서 “첨단 기기 기가 인프라르 기반으로 새로운 유토피아를 실현시켜 농촌의 가치를 높이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역 유지들도 기술이 가져올 새로운 농촌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사실 청학동은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관광지다. 한해 14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최근 들어서는 중국 관광객들의 발길도 잦아졌다.

도시 부모들한테도 청학동은 인기가 높다. 전통 예절과 생활 습관 등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게 장점이다. 청학동 내 서당만 14곳이다.

관광객 수는 많이 늘었지만 이를 감당할 인적 자원이 모자랐던 게 청학동의 현실이었다. 관광 안내는 물론 장마철 관광객 안전을 책임질만한 인원도 적었다. 빽빽한 주변 산림에 조난사고라도 나면 수색도 힘들었다.

이같은 이유로 KT가 조성한 기가통신망 기반 ‘기가창조마을’에 대한 기대는 높다. 비콘 서비스는 이곳 주민들을 대신해 외지 관광객들을 안내할 수 있다. 위험 지역에 대한 경고, 서당 학동들의 관리도 비콘 서비스를 이용하면 한결 수월해진다.

청학동 서당으로 자녀를 보내는 도시 학부모들에게도 비콘 서비스는 유용하다. 서당에 설치된 비콘이 자녀들의 입출입을 자동 관리하고 이는 각자의 부모에 전송된다. 서당 소식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KT 관계자는 “청학동 방문객 대상 온오프라인 구매 환경 조성으로 실질적 지역 소득 증대 실현했다”며 “스토리 텔링 형식의 정보 제공으로 지역 내 관광객 유입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날 지상에서는 비콘 서비스가 외지인들을 안내했고 공중에서는 드론이 혹시 있을 수 있는 불상사를 대비하고 있었다.

KT가 기증한 안전 드론. 야간 수색은 물론 간단한 구호물품 운송도 가능하다.
KT 관계자는 “산악 지역 특성상 발생하기 쉬운 추락이나 조난 사고를 대비해 열영상 카메라와 HD 카메라가 장착된 안전 전문 드론을 청학동에 기증했다”며 “조난자가 발생했을 때 수색하기 쉽고 주민 고립 상황 시에 긴급 구호 물품이 수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비콘(Beacon) : 저전력 블루투스(BLE)를 활용한 스마트폰 근거리 무선 통신 기술이다. 50미터 이내 사용자에 필요한 정보나 모바일 결제 등을 가능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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