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 아파트 비중이 높은 1기 신도시는 2000년대 주택 시장 활황기의 최대 수혜자였다. 집값 급등기인 2006~2007년에는 아파트 가격이 강남권 못지 않게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작된 부동산 침체기 속에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바뀌면서 과거 집값을 올려주던 중대형 아파트는 오히려 가격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독’이 됐다.
6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1기 신도시의 올 1월 기준 3.3㎡당 평균 매매가는 940만~1478만원으로 고점 대비 20~30% 떨어졌다. 특히, 산본과 중동 등은 2010년과 작년에 각각 1000만원대 이하로 내려왔다. 일산은 2월 발표된 부동산뱅크 시세에서 처음 1000만원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천당 아래’ 분당, ‘버블세븐’ 평촌의 추락
분당은 강남과 가장 가까운 신도시로 수도권 최고의 주거 쾌적성을 자랑하며 ‘천당 아래 분당’이라 불리던 곳이다. 부동산 활황기에 막 접어든 2003년 9월 1기 신도시 중 처음으로 3.3㎡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 1000만원을 돌파했다. 서울이 평균 매맷값 1000만원을 넘어선지 불과 10개월 만이었다.
한달 뒤인 2003년 10월에는 3.3㎡당 아파트값이 1184만원을 기록하며 서울(1158만원)을 넘어섰다. 분당의 고공행진은 집값 급등기인 2006년 버블세븐으로 지목되며 계속됐다. 2007년 3월에는 3.3㎡당 평균 아파트값이 1000만원 돌파 3년 반만에 두 배로 오르며 2075만원으로 고점을 찍었다.
버블세븐 중 한 곳으로 최고의 교육 환경을 자랑하는 평촌도 2005년 7월 1008만원을 기록하며 분당에 이어 두번째로 1000만원선을 넘었다. 1년여 뒤인 2007년 3월에는 고점인 1560만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2008년 한해동안 10% 넘게 아파트값이 급락하며 하락세가 이어져 1월말 현재 3.3㎡당 평균 매매가는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해 1214만원까지 빠진 상태다. 평촌에서 거주하던 과천청사 공무원들의 세종시행도 집값에 악 영향을 미쳤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 “분당은 인근 판교와 광교, 용인 등에 신규 물량이 넘쳐 가격 하락폭이 더 컸다”며 “분당과 평촌 모두 획기적인 리모델링안이 나오지 않는 한 집값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산·중동·산본 3.3㎡당 1000만원 붕괴
일산과 산본, 중동 등은 2006년 3.3㎡당 평균 매매가 1000만원을 차례로 넘어섰다. 그러나 부동산 침체기가 계속되며 2010년 산본을 시작으로 2012년 중동, 이달 들어 일산까지 1000만원 아래로 아파트값이 내려왔다.
산본과 중동은 집값 급등기에 힘입어 2006년 11~12월에 각각 3.3㎡당 아파트값 1000만원 시대를 열었다. 1년 반 후인 2008년 6월에는 두곳 모두 1077만원과 1088만원으로 고점을 기록했다.
주거 쾌적성과 서울 접근성, 단지 규모 등에서 분당·평촌·일산에 밀리는 이들 2곳의 1000만원 시대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산본은 2010년 4월 3.3㎡당 989만으로 집값이 떨어졌고, 중동은 2012년 8월 995만원으로 내리며 각각 1000만원 이하로 밀려났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1기 신도시는 중대형의 수요 급감과 인근 지역 공급과잉, 보금자리주택과의 입지 경쟁력 약화 등 3중 악재가 겹쳐 집값 상승 모멘텀을 찾을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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