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035250) 자금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은경 대리(31)는 폐광지역인 강원도 정선군 고한리에 있는 고한초등학교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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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으로 사무실을 옮긴 200여명의 직원 중에서도 20여년만에 모교에 터를 잡고 일을 하게 된 정 대리 감회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정 대리가 지금 일하고 있는 사무실은 4학년 때 공부하던 바로 그 교실이다.
"학교가 폐교됐을 때는 많이 안타까웠거든요. 근데 지역 대표기업인 강원랜드의 사무실로 쓰게 돼서 개인적으로는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어요. 교실도 예전 그 위치에 있고, 운동장 동상도 그대로예요. 예전 생각도 정말 많이 나고 참 좋죠."
정 대리뿐 아니라 강원랜드 직원들도 요즘 `학교생활`의 재미에 푹 빠졌다. 자기들끼린 사장을 `교장선생님`, 부장은 `담임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저희끼리는 점심 벨소리를 `방과 후 종소리`라고 하거든요. 종치면 점심 후에 실내 체육관에서 족구도 하고 탁구도 치고 그래요. 예전 초등학교 시절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도시락을 안 싸온다는 정도랄까요."
강원랜드는 호화로운 신규 청사를 건설하는 대신 인근의 폐교로 사무실을 이전하는 `역발상`을 선보였다. 물론 강원랜드도 처음에는 인근에 신규 사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하지만, 한때 탄광촌 아이들의 꿈이 자라던 학교를 폐허로 남겨 둘 수는 없었다.
최영 강원랜드 사장은 "학교의 폐교는 지역전체에 큰 상실감을 안긴다"면서 "학교는 일반적인 하나의 지역 시설물로 치부하기엔 그 상징성에 있어서 의미가 크기 때문에 우리가 한번 사용해보자는 아이디어를 직접 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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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주민들도 폐교로 이사 온 강원랜드를 적극 환영했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인적이 끊겼던 인근 상가는 강원랜드 직원들이 출퇴근하면서 다시 활기를 찾았다. 강원랜드는 마을 주민들에게 체육시설을 개방하며 소통의 장도 넓히고 있다.
폐교를 활용한 아이디어는 폐광지역의 경제회생이라는 강원랜드의 설립목적에 맞을 뿐 아니라 비용절약 측면에서도 효과가 만점이었다.
강원랜드가 폐교된 고한초등학교를 사무실로 리모델링 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3억원 수준. 신규 사옥을 건립했으면 이보다 5배 많은 15억원 가량이 필요했다는 것이 강원랜드측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강점은 폐교를 사무실로 활용하면서 강원랜드의 업무 효율까지 높아졌다는 점이다. 그간 카지노와 호텔에 뿔뿔이 흩어져 있던 지원조직이 한곳에 모이면서 원활한 업무협조 시스템이 갖춰졌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
최 사장은 "호텔은 영업을 위주로 설계된 시설이라 사무공간이 사방에 흩어져 있다 보니 업무효율성이 많이 떨어졌었다"며 "그러나 관계부서가 한데 모여 일하다 보니 과거보다 부서간 업무조율이 원활해지고 의사결정의 속도가 빨라졌다"고 말했다.
강원랜드는 이같은 업무혁신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사계절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가족형 종합리조트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카지노에만 의존하는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1년 내내 찾아올 수 있는 가족형 종합리조트로 변모해야 폐광지역의 경제를 궁극적으로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도 강원랜드의 향배를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다. 강원랜드가 국세와 지방세 등 재정에 기여하는 규모는 연간 5000억원이다. 보안, 청소, 시설관리 등 직접 외부용역 규모는 연간 549억원, 직접적인 사회공헌 지원금은 매년 200억원에 달하고 전체 고용인원 3000명중 60%이상이 이 지역 출신이다.
이충기 경희대관광경영학과 교수 분석에 따르면, 강원랜드가 폐광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간접 효과까지 합치면 연간 3조2104억원에 이른다고 하니 강원랜드의 성패에 따라 지역경제의 사활이 걸린 셈이다. 이 때문에 종합리조트 회사로 변신하겠다는 강원랜드의 계획은 지역사회 전체의 과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