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할 수 없는 美 갑부들..재산절반을 사회에

(상보)미국 갑부 40명 `기부서약` 참여
버핏 영향으로 최근 생전 기부 많아져
  • 등록 2010-08-05 오후 2:10:04

    수정 2010-08-05 오후 2:31:32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설립자는 미국의 유명한 억만장자로 주변의 시샘을 받기도 하지만 반면 존경도 받는다. 평생 일군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 `노블리스 오블리제(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 본보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들이 이번에 또 큰 일을 냈다. 지난 6월부터 시작한 `기부 서약(Giving Pledge)` 운동의 1차 명단을 공개한 것. 갑부들의 기부 운동을 추진 중인 버핏과 게이츠는 4일(현지시간) 미국의 가장 부유한 40명이 기부 서약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 서약은 억만장자들을 대상으로 생전 또는 사망 시 개인 재산의 최소한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하자는 운동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이번에 재산 기부를 약속한 40명의 재산을 50%만 합산해도 최소 1500억달러(약 175조원)에 달한다.

◇ 힐튼·블룸버그 등 40명 참여

▲ 워렌 버핏과 빌 게이츠


이 운동은 버핏과 게이츠가 억만장자들을 대상으로 설득하면서 시작됐다.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의 억만장자는 작년 말 기준으로 403명이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이들의 재산은 1조200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70%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번에 1차로 공개된 명단은 40명. 세계 2위와 3위인 게이츠와 버핏을 비롯해 소프트웨어 갑부 래리 앨리슨, `스타워즈` 감독 조지 루카스, 씨티그룹 설립자 샌디 웨일, 호텔 갑부 배리 힐튼, 뉴욕 시장 마이클 블룸버그, 에너지 재벌 T. 분 피켄스, CNN 설립자 테드 터너 등이 서약했다.

◇ 1년 전부터 준비..`억만장자 14인 모임`

이번 기부운동의 모태는 지난해 5월5일 뉴욕에서 열린 `억만장자 14인 모임`에서 비롯됐다.
 
여기서 참석자들은 기부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록펠러 가의 후손 데이비드 록펠러는 집안의 기부 전통에 대해 설명했고 빌 게이츠의 아내 멜린다는 "남편이 돈을 벌지만 이를 관리하고 쓰는 사람은 부인"이라면서 부부 동반으로 모임이 진행돼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이들은 작년 말 영국 런던과 캘리포니아에서 두 차례 더 모인 후 개인 재산의 절반 이상을 환원하는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그러나 서약을 받되 실제 약속을 수행하는지는 모니터하지 않을 계획이다.

◇ 뿌리 깊은 기부 문화..최근 생전 기부 많아져

미국 갑부들에게 기부는 새로운 문화는 아니다. 철강왕으로 알려진 앤드루 카네기를 시발점으로 록펠러, 포드 같은 기업인들은 기부를 통해 부의 사회 환원을 지속적으로 행해오고 있다.

카네기는 "부자인 채 죽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1911년 1억3500만 달러를 투자해 교육과 문화사업 등을 위한 카네기재단을 설립했다. 록펠러 가는 시카고대 설립을 위해 6000만 달러를 기부했으며 지금도 록펠러재단 등을 운영하고 있다. 

크로니클 오브 필랜트로피의 스테이시 팔머 편집장은 "미국 갑부들이 이처럼 기부운동을 열심히 하는 이유는 부를 신이 내린 축복이라 여기기 때문이며 이를 나누는 것을 당연한 의무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에는 살아 있는 사람들의 기부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버핏의 거액 기부약정이 다른 부자들의 자선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미국 부자들의 생전 기부가 유산세(상속세)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미국 갑부들은 오히려 유산세 폐지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버핏은 작년 11월 유산세 폐지 관련 상원 공청회에서 "사회 자원이 일종의 특혜가 돼 귀족 왕조에게 대물림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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