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기뢰설'' 가닥…여전히 남는 3대 의혹

"물기둥·폭발음 없어" 생존자 증언-''기뢰설'' 배치돼
  • 등록 2010-03-31 오후 1:28:19

    수정 2010-03-31 오후 1:28:19

[노컷뉴스 제공] 군 당국이 천안함 침몰사고의 원인으로 기뢰 폭발에 의한 함체 절단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다.

어뢰에 의한 피폭이나 암초와의 충돌, 내부 폭발 등에 비해서는 가능성이 높지만 기뢰 폭발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정황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앞서 김태영 국방장관은 지난 29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북한 기뢰가 흘러들어와 우리 지역에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장수만 국방차관도 30일 김형오 국회의장에 대한 현안보고에서 암초 가능성은 배제한 채 “내부폭발보다는 외부의 강한 충격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학송 국회 국방위원장도 28일 “우리 군이 설치했다가 제거 못한 기뢰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뒤 “그 다음으로 북한에서 키리졸브 훈련에 대응하기 위해 설치한 기뢰가 떠내려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정부와 여당의 고위 관계자들이 기뢰 피폭설로 사실상 잠정 결론을 내리는 이유는 남북관계에 부담이 적고 군의 문책도 최소화할 수 있는, 현재로선 최선의 선택이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뢰가 북한의 것이든 우리 군의 것이든 상관없이, 유실 기뢰로 의한 피폭은 고의성이 낮고 불가피한 사고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뢰 폭발이란 가설이 확립되려면 최소한 ▲물기둥 관측 ▲폭발음 청취 ▲함미 들림 등 최소한 3대 현상이 포착돼야 하는데 생존 장병들의 증언 등은 이와 일치하지 않는다.

먼저, 기뢰가 폭발할 경우에는 100~150미터 가량의 물기둥이 치솟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지만 이런 증언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폭발음의 경우도 기뢰의 폭발 위치가 수면인지 수중인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사고지점과 2km 정도밖에 떨어져있지 않은 백령도 주민들은 사고 당시 발생한 최초의 폭음을 어떤 식으로든지 들었어야 했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폭발음과 함께 선체 전체가 10cm가량 공중으로 떠올랐다는 증언이다.

기뢰가 배꼬리(함미) 부분에서 터졌다면 응당 함미가 위로 들리고, 뱃머리(함수) 부분은 오히려 밑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함수에 있던 생존 장병들도 위로 떠올랐다고 한다.

기뢰가 배의 중앙부 해수면 밑에서 터져야 배 전체를 위로 들어올리고 이 힘으로 용골(배의 등뼈)을 절단시키는데, 배꼬리에서 폭발한 기뢰가 뱃머리까지 들어올렸다는 것은 물리역학적으로도 부자연스럽다.

해군 해난구조대장을 역임했던 진교중 예비역 대령도 기뢰의 위력에 대해 “작은 배는 20미터까지 하늘로 띄우고 군함이래도 한 5미터는 넘게 띄워올릴 수 있다”며 기뢰 가능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물론 기뢰가 수중이 아닌 해수면에서 선체 옆면과 접촉하면서 터졌을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폭발력이 선체를 강하게 옆으로 밀어내기 때문에 천안함 최원일 함장이 증언한 “선체가 90도로 기울었다”고 한 부분과 일치하게 된다.

하지만 이처럼 기뢰가 수면에서 폭발했다면 강력한 화약 냄새가 진동하는 게 상식이지만 생존자들의 증언은 역시 이와 다르다.

뿐만 아니라, 이런 3대 정황을 아예 무시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남게 된다.

김태영 장관이 강조한 것처럼 우리 측 기뢰가 아니라면 결국 북한의 (해저 매설식 침저(沈底)) 기뢰가 남측 해역까지 흘러왔거나, 북한 특수요원이 몰래 부설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의 침저기뢰가 남측까지 이동하려면 해저면이 운동장처럼 평평하고 조류가 한 방향으로만 흘러야 한다는 전제가 성립돼야 한다.

또 김 장관의 말대로 천안함이 이전에도 15번 가량 사고 수역을 지나다녔다고 한다면, 그동안 가만있던 기뢰가 왜 하필 이제야 폭발했느냐 하는 의문이 남는다.

이와 함께, 북한 특수요원의 소행으로 결론 내리려면 북한이 어떻게 천안함의 변침(진로 변경)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기뢰를 깔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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