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기업 진화하다)①철강에 기술의 날개를..

포스코, 기술로 마그네슘 판재시장 개척
전남에 세계 최대 규모 판재 공장 착공
  • 등록 2006-09-27 오후 2:32:58

    수정 2006-09-27 오후 2:57:16

[이데일리 좌동욱기자] `굴뚝기업의 미래는 끝 없는 변신에 달려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겪으며 구조조정과 긴축경영에 매달려왔던 전통의 제조업체들이 화려한 부활과 함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과거 문어발식 확장전략에서 탈피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통해 굴뚝기업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변신에 성공한 주요 기업들의 변화상을 소개하고, 우리 제조업체들의 진정한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를 시리즈로 살펴본다.

지난 7월 포스코(005490) 투자개발실은 미국 에너지성(DOE)로부터 두툼한 공식 문서를 전달 받았다.

내용은 미 정부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미래형 자동차 개발 프로젝트인 `프리덤카`(Freedom CAR)에 참여해 달라는 것.

`프리덤카`는 미국 에너지성이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자동차 업체들과 함께 추진해 온 사업으로 부시 대통령이 5년간 17억달러의 지원을 약속한 국가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다.

미 에너지성은 포스코에게 `프리덤카` 프로젝트의 일부인 마그네슘 판재 개발 사업에 참여해 줄 것을 공식 요청한다. 올해 10월부터 시작해 3년간 진행되는 연구개발 작업.

이성원 투자개발실 신사업개발그룹 마그네슘 판재사업팀 리더는 "포스코가 마그네슘 판재 상업 생산에 곧 성공할 것이라는 정보를 듣고 미국 자동차업계가 직접 포스코에 프로젝트 참여를 요청했다"며 "이 소식을 듣고 마그네슘 판재의 사업성에 대해 반신 반의했던 최고 경영진도 놀라워했다"고 설명했다.

◇`기술`로 블루오션 개척

마그네슘 판재사업은 포스코가 창의력과 기술력만으로 불모지나 다름없는 `블루오션` 시장을 개척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마그네슘 판재는 알루미늄과 동일한 강도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무게는 철강제품의 25%, 알루미늄의 70%에 불과하다. 가볍기 때문에 휴대폰, PDA, 노트북 등 휴대형 전자부품 신소재로 각광받아왔다.(사진) 이 때문에 전세계 마그네슘 합금시장 규모는 매년 15%씩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제조 과정이 워낙 까다로워 값이 비싸기 때문에 일반 제조업체들은 마그네슘 판재 사용을 주저해 왔다.

성환진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박사는 "과거 마그네슘은 200mm 두께의 슬라브(반제품)을 생산한 후 열간·냉간 압연을 통해 1mm까지 압축해 판재류를 만들었다"며 "이 과정에서 제품의 품질이 훼손되고 제조원가가 높아지는 단점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마그네슘 부품의 불량률은 평균 50%를 넘는다고 성 박사는 덧붙였다.

◇스트립캐스팅 기술 응용..마그네슘 판재도 대량생산

마그네슘 판재를 철강제품처럼 값싸게 대량생산할 수는 없을까. 포스코는 이미 철강 제품을 질 좋고 값싸게 생산하는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었다.

포스코 신사업 개발그룹은 이 같은 의문을 갖고 마그네슘 판재 생산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마그네슘 소재는 철이나 알루미늄과 달리 도자기와 같은 성질이 있기 때문에 고온에서 가공하면 쉽게 깨지는 단점이 있다. 특히 산화가 잘 되기 때문에 미려한 표면 품질을 얻기가 매우 힘들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200~300도 사이의 고온을 지속적으로 가해 마그네슘 판재를 가공하는 압연 기술을 집중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는 1000도 이상의 고열로 얇은 철판을 만들어내는 일반적인 제철 기술과는 차원이 다른 기술.

더디게 진행되던 연구는 포스코의 차세대 주조 설비인 스트립캐스팅 기술을 적용하면서 `진척`을 보이기 시작했다.

스트립캐스팅 기술은 쇳물을 압연 롤 사이에서 응고시켜 0.2초만에 두께 2~6㎜의 얇은 박판(핫코일)을 만들어 낸다. 중간재인 두꺼운 슬라브를 만들어 재가열·압연하는 과정을 생략했기 때문에 열간·냉간 압연의 반복으로 제품 품질이 훼손되는 점을 피할 수 있다.

결과는 `대성공`. 신사업 개발그룹은 제철기술에서는 현재 상용화 검증 단계인 이 기술을 마그네슘 판재 생산에 성공적으로 적용했다. 2004년 2월부터 2005년 8월까지 120회가 넘는 주조시험을 수행한 끝에 얻은 결과였다.

이성원 팀장은 "현재 Kg당 40~50달러 수준인 마그네슘 판재 가격을 현재 기술로 20달러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불량품 비율도 현재 50% 수준에서 10% 이하로 끌어내릴 수 있을 것으로 그는 덧붙였다.

◇전남에 세계 최대규모 공장 착공.."시장은 무궁무진"

새 기술은 새로운 시장을 낳았다.

마그네슘 판재는 소재 특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가격을 알루미늄 제품의 5배 이하로만 낮추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포스코는 보고 있다. (그래프) 특히 대량생산으로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 수요자들의 입맛을 다시게 했다.

이성원 팀장은 "앞으로 마그네슘 판재시장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한다. 현재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조되는 모바일 제품, 자동차 부품 소재를 모두 마그네슘 판재로 대체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판재를 공급받게 될 국내 전자업체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포스코의 `기술력`에 감탄했다. 삼성전자, LG전자를 포함한 국내 주요 전자업체들은 지난해 초부터 포스코 신사업 개발실과 제품개발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를 토대로 포스코는 지난 8월말 전남 해룡산업단지 내에 연산 3000톤 규모의 마그네슘 판재공장을 착공했다. 이는 현재로서 세계 최대 생산 규모. 현재 마그네슘 판재 시장 규모는 전 세계를 통틀어 4000톤에 불과하다.

이성원 팀장은 "마그네슘 판재 가격이 낮아질 경우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연산 3000톤 규모의 전남 마그네슘 공장 생산규모도 보수적인 관점에서 최소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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