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경기 긴급진단)대박이냐 쪽박이냐

골드만삭스 "조선호황 끝났다"..선가 하락 가능성
국내 업계·증권계 "호황 이어져 2008년 결실 얻을 것"
  • 등록 2005-07-04 오후 2:42:54

    수정 2005-07-04 오후 2:42:54

[edaily 좌동욱기자] "지난해 초 현대미포 주식 500주를 주당 1만5000원씩 총 750만원에 사서 지난해 연말 주당 3만5000원 정도에 팔았습니다. 1000만원 이상 남겼죠" 현대미포조선 주식에 투자했던 한 투자자가 들려준 말이다. 그러나 이 투자자가 지난해 말 현대미포 주식을 팔지 않았다면 수익률은 더욱 높아졌다. 6개월만 더 보유했더라면 1000만원을 추가로 벌 수 있었다. 지난해 이후 조선 주가가 급등해온 `폭`을 여실히 보여준다. ★표1 참조 ◇조선 주가 급등 왜? 사실 국내조선업계는 지난해 사상 최악의 손실을 봤다. 현대중공업이 981억원, 삼성중공업이 1087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말부터 실적이 극도로 악화돼기 시작, 올해 상반기에만 15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런데 주가는 왜 올랐을가? 미래 이익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지난해 실적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어온 후판 가격이 올 하반기부터 안정세 혹은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수주 선가는 2003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여기에 선박 공급이 수요를 초과, 국내 조선업체들은 향후 3년6개월 이상의 수주를 확정해 놓은 상태다. 이 때문에 조선업체들의 가격 협상력도 높아졌다. 일감이 넘치는데 굳이 값싼 선박을 수주할 필요가 없기 때문. 이에 따라 조선업계는 오는 2007~2008년 실적 `대박`을 터트릴 것이라고 예상해 왔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올해 1분기 기업설명회에서 2007년 영업이익이 6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예상 영업손실은 800억원. 주가가 급등한 것도 이같은 미래 기대이익에 기초한 것이다. ◇조선주 갑작스런 `풍랑`..골드만삭스 보고서 거침없던 주가가 한가지 장애를 만난 것은 지난달 13일 골드만삭스 보고서가 계기가 됐다. 골드만삭스는 이 보고서에서 국내 조선주가가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감으로 급등했지만 이같은 기대 이익이 이미 주가에 선반영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최근 국내 조선업종의 미래 수익이 불확실해질 조짐이 나타난다며 국내 조선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력(Attractive)`에서 `중립(Neutral)`으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그 근거로 ▲정점에 이른 수주 잔고 ▲2006년 이후 후판가격이 재상승 ▲선가 하락 가능성 ▲해운운임 하락 ▲세계 경제성장률 하락 가능성 등을 들었다. 여기에 세계적인 조선·해운 조사 기관인 클락슨의 보고서가 같은날 시장에 전해지면서 골드만삭스의 리포트는 설득력이 더해졌다. 클락슨은 주간 단위 선가 보고서를 통해 6월초 선가가 지난 2003년 1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클락슨에 따르면 세계 조선사들의 평균선가는 이후 3주 연속 하락했다. ★표2 참조 ◇경기 논란=선가 논쟁? 골드만삭스의 리포트는 국내에서 조선 `선가 논쟁`으로 이어졌다. 특히 국내 증권가는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선가가 하락하지 않았다며 조선 경기는 앞으로도 호황을 보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우증권은 골드만삭스의 보고서 직후 "클락슨의 수치 집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틀 후엔 자체 보고서를 통해 "14일 체결된 현대미포 수주 선가가 클락슨 자료보다 22%가 높다"고 분석했다. 골드만 삭스는 자체 조사 분석한 자료(★그래프 1참조)를 통해 선가와 주가의 상관관계가 80%에 이른다고 강조했지만 그래프를 실제 분석해 보면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는 주가와 선가의 움직임이 상반되게 나타난다. 당시는 환율 하락과 후판가 급등 등으로 조선 업체의 실적이 극도로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던 시기. ◇조선 업계 "선가 경쟁, 조선업체가 이길 것" "조선업체와 선주들이 선가를 놓고 밀고 당기는 기싸움을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해외영업을 총괄하고 있는 황태진 상무가 최근 조선 선가에 대해 내린 평가다. 황 상무는 "선종별로 차이가 있지만 실제 영업 전선에서 계약건수가 줄고 있다"며 "이 때문에 당분간 선가가 더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업체에서 선가 하락은 수익성 악화와 직결된다. 조선업체들은 지난 2002년~2003년 상반기 상대적으로 저가에 수주한 선박을 지난해와 올해 집중 건조하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황 상무는 "조선업계가 결국 게임에서 이길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유는 향후 수급상황이 좋다는 것. 클락슨 자료에 따르면 과거 10년간 신조선 평균 발주량은 2600만톤이지만 올해 이후 2010년까지 평균 발주량이 3000만톤으로 예상된다. 10~15%가량 발주량이 증가한다는 것.★그래프1 참조 일각에서는 국내 조선업계가 3년6개월치 수주 잔고를 확보했기 때문에 향후 수주가 증가할 여지가 별로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조선업계는 수주잔고가 많다는 것이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수주잔고가 많을수록 가격 협상력이 높아지기 때문. 값비싼 선박만 골라 수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선가 추이가 선종별로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도 조선업계에 유리하다. 가격 약세를 보이는 선박 대신 값이 비싼 배를 건조하면 되기 때문이다. 황 상무는 "올해 1분기까지 조선 경기 붐을 주도했던 8000TEU급 컨테이너선 가격이 최근 약세를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컨테이너선 수주) 전략의 수정을 내부에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내 조선업계가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고수익 선종인 LNG선과 초대형유조선(VLCC)의 수요가 앞으로도 탄탄하다. LNG선 가격의 강세는 조선경기를 다소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골드만삭스도 보고서에서 인정하고 있다. VLCC의 경우 현재 운행중인 선박의 교체수요가 풍부하다. 대우조선해양은 클락슨의 자료를 인용, 현재 운행중인 선박의 58%가 교체수요라고 설명했다. ◇불확실성이 최대 리스크 문제는 후판가격과 환율하락, 세계 경제성장률 등 미래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얼마만큼 줄일 수 있을 지 여부다. 지난해 실적이 악화된 주요 원인 역시 환율하락과 후판가격 급등 때문이었다.★ 표1 참조 골드만삭스는 철강가격 싸이클이 2~3년 주기로 나타나기 때문에 후판가격이 2006년 저점을 치고 2008년 다시 정점에 오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철강업체 관계자는 "후판가격 경기 싸이클이 2~3년 주기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해 후판가격의 상승 폭은 지나친 면이 있다"며 "3년 후 후판가격을 예측하는 것은 솔직히 불가능하다"고 답한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나 세계 경제 성장률 역시 역시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 조선업계 관계자는 "골드만삭스의 지적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근거로 제시한 환율이나 후판가격, 경제성장률 등의 요소는 현재로서 정확하기 예측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2008년 `대박`일까 `쪽박`일까 업계와 시장은 여전히 2007년~2008년 조선업계가 `대박`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수익 선종을 선별 수주하는 한편 평균 3년6개월의 수주 잔고가 남아 있기 때문에 선주들과의 가격협상에서도 우위에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후판가격 역시 하반기부터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선가와 환율, 후판가격, 세계 경제성장률 등의 외부 변수가 현 수준에서 급변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수립된 것이다. 시장이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요동친 까닭도 3년후 기대 이익을 너무 과신했다는 `자각` 탓이 컸다. 이런 점에서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는 충분히 경고음 역할을 했다. 실제 2008년 조선업계의 `대박과 쪽박`을 가르는 기준은 불확실한 주변여건으로 파생되는 경영상의 리스크를 조선업계가 어떻게 차단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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