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한국산 안돼” 美웨스팅하우스 K원전에 ‘발목’

체코 반독점당국에 진정
“美기술 사용 한수원,
체코 이전 권리 없어” 주장
내년 3월 본계약 앞두고,
‘24조 잭팟’ 마지막 고비
한·미 정부간 조율 ‘주목’
  • 등록 2024-08-27 오전 10:33:55

    수정 2024-08-27 오후 7:09:16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가 체코 정부에 K원전을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지난달 24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2기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15년 만의 K원전 수출의 ‘9부 능선’을 넘은 가운데, 우리에게 원천기술을 제공한 적 있는 미국 기업이 ‘발목’을 잡고 나선 것이다. 웨스팅하우스의 몽니는 이미 예견된 일이고, 이와 관련한 한·미 정부 간 조율도 진행되고 있는 만큼 체코 원전 수주가 이 일로 무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이 협상 과정이 ‘마지막 관문’이 될 전망이다.

미국 웨스팅하우스 원전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체코의 K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항의’

웨스팅하우스는 26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체코 반독점사무소에 체코의 K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정에 항의하는 진정(appeal)을 냈다고 밝혔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의 원전이 자사 특허권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체코 원전 수출에 필요한 특허 허가권 제공 권리 역시 우리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K원전 역시 우리가 허가해주고 미국 정부의 승인을 구해야 비로소 수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웨스팅하우스는 줄곧 원전 APR100, APR1400 원자로 설계가 자사 2세대 시스템80 기술을 활용하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웨스팅하우스는 우리 최초 원전 고리 1호기를 직접 건설하고 K원전 초기 모델의 원천 기술을 전수해준 바 있다. 한수원은 이후 한국형 독자 모델을 개발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현재 미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고, 한·미 관계를 고려했을 때 ‘강 대 강’으로 법정 다툼을 벌이는 건 쉽지 않다.

웨스팅하우스는 이 과정에서 한국에 정치적 부담을 줄 수 있는 내용을 언급하기도 했다. 체코가 미국 대신 한국 원자로를 도입하면 미국 기술을 불법으로 사용하는 것일 뿐 아니라, 체코·미국이 창출할 수천 일자리를 한국에 제공하는 셈이라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특히 올 11월 미 대선을 의식하듯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일자리 1만5000개가 걸려 있다고 강조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해리스와 트럼프가 경합하는 이번 미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경합지역으로 꼽힌다.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전경. 체코 정부는 이곳에 원전 2기를 신설키로 하고, 지난 7월17일(현지시간) 사업자 본계약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팀 코리아’를 선정했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원만한 협상’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포석인듯

내년 3월 체코와의 본계약을 기대 중인 한수원을 비롯한 K원전으로선 마지막 고비를 마주하게 됐다. 정부와 한수원은 각각 미국 정부, 웨스팅하우스와의 원만한 타협을 위해 물밑 협상을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9년 K원전의 첫 번째 수출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1~4호기 건설 사업 추진 때도 웨스팅하우스는 지적재산권(IP)을 주장하며 반대했다가 물밑 협상 끝에 반대 의사를 접은 바 있다. 업계에선 UAE 때와 마찬가지로 내년 3월 본계약 전 일정 조건 아래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웨스팅하우스의 이번 체코 진정 역시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다.

웨스팅하우스의 이번 진정이 실효를 갖기는 어렵다. 계약 주체인 체코전력공사(CEZ)는 이미 이 분쟁 상황을 인지한 채 한수원을 선택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CEZ는 이번 진정에 대해서도 “입찰에서 탈락한 참가자(웨스팅하우스)는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다만,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끝까지 몽니를 부리며 본계약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웨스팅하우스는 오랜 역사의 미국 기업이지만, 2017년 경영 악화로 파산한 이후 캐나다 사모펀드 브룩필드 리뉴어블 파트너스와 캐나다 우라늄 기업 카메코가 지분 100%(각각 51%, 49%)를 보유하고 있다. 사모펀드가 최대주주인 만큼 미국 국익보다 돈을 우선할 수 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 역시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 수주전에 뛰어들었으나 한수원에 밀려 조기 탈락한 바 있다. 반대로 지난해 진행된 폴란드 정부 추진 원전 6기 건설 사업 땐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을 제치고 사업을 수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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