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업계(우유 및 유제품 가공·생산업체)와 낙농가(젖소 사육 및 원유 생산 농가)가 원유값 산정을 둘러싼 ‘생산비 연동제’ 개선과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두고 팽팽히 맞서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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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전국 개별 낙농가를 대상으로 지역별 설명회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등 다양한 제도 개편 방안에 대한 정보를 낙농가에 왜곡 없이 전달하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다.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지난해 정부(농식품부)가 소비자, 생산자(낙농가), 수요자(유업체), 전문가 등으로 구성한 낙농산업발전위원회 논의를 통해 생산비 연동제 개편 대안으로 나온 개념이다. 당시 낙농가 측만 제외하고 유업체와 소비자 단체 등은 개선안에 모두 의견을 모았다.
정부·유업계 “가공유 경쟁력 위해 원유 차등가격제 도입 필요”
정부는 현재 음용유(흰우유·발효유 등)와 가공유(탈지분유·치즈·아이스크림 등)로 용도를 구분해 각각 187만t, 31만t을 생산토록 하고 가격을 차등 적용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음용유 원유는 현재 가격(ℓ당 947원)을 유지해 농가의 소득을 보장하고, 가공유용 원유는 보다 저렴한 리터(ℓ)당 800원(정부 지원금 200원 포함) 수준으로 유업체에 공급해 값싼 수입산 제품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또 음용유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유업계는 앞서 생산비 연동제 개선 논의가 계속 무산된 만큼 이번에는 원유 가격 협상 이전에 제도 개선 협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현행 원유가격연동제는 원부재료 등 낙농가의 생산비만 연계돼 있고 실제 소비자들의 우유·유제품 소비량 등 시장 상황은 반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유가공협회 관계자는 “우유 소비 시장은 갈수록 작아지고 FTA(자유무역협정)로 개방되는데 왜곡된 생산비 연동제로 원유 가격은 계속 오르고 쿼터제(매입 수량 보장) 부담까지 더해 유업계가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용도별 차등가격제도 적극 도입해 치즈와 탈지분유 등 가공유 제품은 가격 경쟁력을 갖춰 값싼 해외 수입제품과 경쟁하며 물가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낙농協 “사료비 부담 가중…등급별 차등가에 용도별 왜 더하나”
하지만 낙농업계는 여전히 정부 방침에 맞서며 지역 시도별 궐기대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후 개별 유업체를 대상으로 한 집회도 연다는 방침이다. 국제 곡물가 인상세 여파에 따른 사료 가격 급등 요인 등으로 농가 경영 여건이 어렵다면서 기존 생산비 연동제 방식을 유지하며 원유 가격을 지속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유업계가 도입을 추진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에도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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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진흥회는 통계청의 농축산물생산비조사 발표 이후 1개월 내에 원유기본가격조정협상위원회를 꾸리고 협상을 마쳐야 하지만 현재까지 위원회 구성과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양측 합의안이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통과하면 그해 8월1일부로 조정된 원유가격이 적용되고, 원유를 매입해 흰우유 혹은 치즈·생크림 등 유제품으로 가공 생산하는 유업체들이 잇따라 소비자 판매가격을 조정하는 구조다.
다만 원윳값 결정 및 조정 적용 시한은 낙농진흥회의 내부 규정 사항일 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건 아니어서 기한을 넘기더라도 강제로 중재를 하거나 당장 수급 등이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다. 인상분 적용 이전까지 시장에서 흰우유 등 유제품 판매가격은 대체로 유지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기존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이보다 앞선 지난 2020년에도 생산비 연동제 개선안을 두고 낙농가와 유업계가 맞붙으면서 그해 5월 1차 위원회로 시작한 원유 가격 협상이 8차까지 이어지는 진통을 겪었다. 결국 기존 생산비 연동제 방식으로 원유 가격 조정이 결정되면서 개선안 논의는 한차례 미뤄졌다. 원윳값은 이듬해인 지난해 9월(유업체 공급가는 8월 분부터 소급 적용) 리터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2.3%)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