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6700억 피해.."보이스피싱 책임은 금융사가 진다"

금융사, 보이스피싱 기본 책임 지도록 원칙 마련
금융사 FDS 구축 의무화..통신사들도 빅데이터로 힘보태
통신대리점·은행창구서도 보이스피싱 보험 판매
당국, 대포폰 및 '심박스' 차단 및 단속 강화
  • 등록 2020-06-24 오전 10:00:00

    수정 2020-06-24 오전 10:00:00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금융회사가 배상하게 된다. 금융기관이 스스로 사전예방조치를 수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24일 금융당국은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의 후속 차원으로 보이스피싱 척결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017년 2431억원에서 2018년 4440억원, 2019년 6720억원으로 계속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집계된 피해액 역시 1220억원이다. 게다가 범죄 수법이나 수단 자체는 고도화되고 지능화하는 만큼,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보이스피싱 피해액 추이
이에 정부는 금융회사들이 금융인프라 운영기관으로서 보이스피싱의 기본적인 책임을 지도록 원칙을 마련한다. 이제까지 피해자들이 스스로 구제책을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금융회사들이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한 금융 인프라를 만들도록 해,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생겼다면 이 인프라를 제대로 작동하게 하지 못한 금융회사들이 책임을 지는 것이다.

다만 이용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 손해를 공평하게 분담하기 위해 금융회사와 이용자 간의 피해액이 합리적으로 분담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금융사들이 보이스피싱을 차단하기 위한 디지털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접목하도록 지원한다. 현재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신고한 전화번호를 차단하는 수준으로 보이스피싱 방지 서비스가 시행되고 있지만 이제 금융사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특히 금융사들은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금융거래를 적극 모니터링하는 ‘이상금융거래 탐지시스템(FDS)’를 의무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FDS는 금융거래 과정에서 금융회사가 수집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상금융거래를 탐지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FDS 구축에 별다른 관련 법령이 없었고 개별 금융회사들의 거래 정보로 운영돼 정보량도 많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금융권과 통신, 유통 등이 힘을 합쳐 보이스피싱을 막을 수 있도록 ‘사기정보 컨소시엄’ 구축, FDS를 고도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통신사들도 힘을 보탠다. 통신사들은 보이스피싱 통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문장이나 단어 등을 빅데이터와 AI기술을 활용해 FDS를 강화한다.

FDS 개선방향
보이스피싱 사후 처리도 강화한다. 만일 피해를 당했을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험상품을 개발하고 이 보험을 기존 보험설계사 뿐만 아니라, 통신대리점이나 은행창구에서도 판매할 계획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스마트폰 등 통신수단 부정 사용 자체를 사전에 방지하는 등 ‘개통-이용-중지’ 단계에 걸쳐 신속·종합적 대응체계 구축한다. 보이스피싱에서 주로 사용되는 ‘대포폰’을 차단하기 위해 선불폰이나 외국인 명의폰을 중심으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공공기관이나 금융사를 사칭하는 전화번호 거짓표시를 차단하는 체계도 구축한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되고 잇는 SIM박스에 대해서도 단속을 강화한다. SIM박스는 스마트폰 한대에 하나씩 있는 유심카드를 최대 256개까지 꽂아 전화번호를 변조하는 형태로 악용되고 있다. 또 보이스피싱의 수단이 되는 악성 애플리케이션이나 피싱사이트 등은 피해 신고 직후 바로 차단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척결 종합방안으로 국민이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금융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도 “정보유출·재산상 피해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연인출·이체제도 활용 등 스스로 지켜나가기 위한 노력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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