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미국 정부의 대외정책, 시리아 내전, 유럽 선거정국 등 세계 주요 현안에서 러시아가 핵심 플레이어로 떠오르고 있다고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구의 강력한 제재, 국제 에너지가격 폭락 등으로 외교·경제 영향력이 위축됐다. 그러나 푸틴 휘하의 러시아가 지구촌과의 무술 대결에서 영리한 한 판을 벌인 결과 푸틴 대통령 목소리가 서구 진영을 뒤흔들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도 올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물’로 푸틴 대통령을 꼽았다. 실제로 올해 그의 행보를 살펴보면 눈부실 정도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국과의 관계 변화다. 도널드 트럼프(70)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달 대선 승리 이후 푸틴 대통령과 직접 전화통화를 하며 “러시아와 강력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갖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내년 1월 20일에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친(親) 러시아 성향의 트럼프는 자신의 말을 증명하려는 듯 푸틴 대통령 ‘17년지기’ 렉스 틸러슨 엑슨모빌 최고경영자(CEO)를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무장관으로 지명했다.
푸틴 대통령 외교력도 눈길을 끈다. 그는 협상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해 ’지각 카드’를 쓰는 ‘밀당’의 고수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는 지난 15~16일 열렸던 러·일 정상회담에서도 확인된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잡기’에 부심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2시간 동안 기다리게 하면서 유리한 입장에서 회담을 시작했다. 이후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을 둘러 싼 일본과의 영토 분쟁에서 한 치의 양보 없이 무려 3조원에 달하는 경제 협력만 얻어내는 실리를 취했다.
푸틴 대통령과 함께 러시아도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한 달 간 러시아 증시와 루블화 가치가 급등하는 등 러시아는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투자처로 꼽히고 있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기고 있는 푸틴 대통령 영향력은 내년 미국과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의 정권 교체 이후 더욱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