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밭길 걷는 유럽 은행권..자본확충 `난제`

재정위기·은행권 부실화 우려에 규제까지 강화
등급강등 등 자금줄 말라붙어..자본확충 `난망`
  • 등록 2011-10-12 오후 1:51:00

    수정 2011-10-12 오후 1:51:00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월가의 탐욕을 비난하는 시위가 확산되는데다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미국 금융권뿐만 아니라 유럽 은행권도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보유 중인 재정불량국 국채 때문에 비틀대고 있는 판에 유럽 금융 규제당국은 은행권 자본확충 기준을 예상보다 높이는 `펀치`를 날릴 준비를 마쳤다. 게다가 은행들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이 이어지면서 그나마 유지하고 있던 자금 조달도 어려워지고 있다. 

◇ 재정위기 장기화..은행 부실화 우려

유로존 은행권의 자금난은 재정위기가 장기화 하면서 심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보유 중인 재정불량국 국채가 휴짓조각으로 변할 위기에 처한 것은 물론, 이에 불안감을 느낀 예금주들이 대거 자금을 빼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덱시아 사태에서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당시 구제금융을 받았던 벨기에 은행 덱시아는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으면서 두 번째 구제금융을 받게 됐다.

덱시아를 두 번째 구제금융으로 밀어넣은 결정적인 요인은 209억유로에 이르는 재정불량국 채권이었다.    덱시아에 대한 구제금융 결정은 유로존 은행권 줄도산 사태 현실화에 대한 우려를 한층 높였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 은행들은 재정불량국 채권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 규제 강화까지..`엎친데 덮친격` 이 와중에 시장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금융 규제당국의 은행권 `쥐어짜기`는 유로존 은행권에 더 무거운 짐을 얹어줄 태세다.

이날 유럽은행감독위원회(EBA) 이사회는 유럽 은행권 핵심 기본자본비율(core Tier 1 ratio)을 최대 9%까지 상향하는 방안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는 예상치인 6~7%를 뛰어넘는 것이다. 모간스탠리는 이로 인해 수 십개의 유럽 은행이 추가적으로 총 2750억유로를 확충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신뢰 회복을 위한 규제 강화가 필수불가결한 요소라지만 자본 확충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은행권엔 `엎친데 덮친격`이 됐다.    ◇ 신평사 등급 하향까지..말라붙는 자금줄

신용평가사들은 앞다퉈 유로존 은행에 대한 신용등급을 낮추고 있다. 지난주 무디스가 포르투갈 9개 은행 신용등급을 강등한데 이어 11일(현지시간)에도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피치가 스페인과 이탈리아 은행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 강등은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직결된다.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은행들이 이를 충족시키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미 투자자들은 유럽 시장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유럽 내 `큰손`으로 불렸던 미국 대형 머니마켓펀드(MMF)조차 유로존 은행권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를 대폭 축소 중이다. 자금줄이 막힌 은행들은 앞다퉈 중동과 아시아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시장의 불신이 가득찬 환경에서 이 역시 여의치 않다.    피치는 "유럽 은행권이 현재 시장 상황에서 더욱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자금 조달 비용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재정위기 지속, 규제 강화, 정부 자금 지원 촉소 등에 따라 유럽 은행권 등급 강등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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