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출신 행장으로 그가 먼저 칼을 들이댄 곳은 지점과 개인에 대한 평가시스템이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던져주고 그에 맞추지 못하면 인사나 급여에 불이익을 주는 기존 방식으로는 은행의 내실화를 꾀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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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평가시스템에 모든 게 있습니다. 그동안은 일주일이 멀다하고 진행되는 캠페인에 직원들이 매달리다보니 경영평가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허수(虛數)가 양산되곤 했습니다. 이런 일이 잦으면 튼튼한 은행이 될 수 없습니다. 제대로된 고객을 유치해야죠."
조 행장은 다른 은행들과 영업경쟁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일축했다. 그는 "카드 한장 발급비용이 장당 1~2만원이고, 여기에 허수고객을 위한 전산관리비용 등을 감안하면 내실있게 경영하는 게 더 낫다"며 "어느 전략이 맞는지 조만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무역센터 지점장 시절 시간날때마다 거래기업을 몇번씩 돌아다녔습니다. 직원들이 인사도 잘하고 회사 분위기도 좋은 기업이 있었는데 어느날 보니까 분위기가 달라요. 직원들 눈빛도 흐려져있고. 담당직원에게 그 기업 잘 봐두라고 했습니다. 6개월뒤 기업 오너가 미국으로 도망갔습니다. 이런 걸 책상에 앉아 재무제표만 보고 알 수 있겠습니까. 부지런해야 합니다. 발로 뛰면서 자주 현장을 보는 게 답입니다."
그는 은행들의 성과도 `발품`에서 판가름날 것이라고 했다. 가령 성장가능성과 부실가능성이 5대 5인 기업이 있다면 그동안 은행들은 이러한 기업에 대출을 꺼렸다. 조 행장은 "살 수 있는 기업과 아닌 기업을 가려내는 능력이야말로 은행들이 해야할 일"이라며 "50년동안 축적한 현장 노하우가 있는 우리야말로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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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쩌면 `눈덮인 들판을 지날 때 발걸음을 어지럽게 하지 마라(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는 서산대사가 지었다는 선시를 떠올렸는지 모른다. 그의 말과 행동은 의도했든 아니든 후배들에게 전범(典範)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를 의식한 듯 스스로도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조 행장은 아침마다 108배를 올린다고 한다. 주위 얘기를 들어보면 벌써 700일째가 넘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인터뷰를 시작할 때 조 행장은 뜬금없이 구제역 얘기를 꺼냈다. "생매장이라니 너무 잔인하지 않습니까.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다른 은행장들과 점심을 함께하는 자리에서 구제역으로 소나 돼지 등 가축이 산채로 땅에 묻히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금융업과 동떨어진 내용이라 나중에는 화제를 바꿨지만 "(소는) 농민들에게 자식 이상인데…"라며 나직이 말하는 모습에서 그의 마음 한켠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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