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000720) 인수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잠재우고, 현대그룹의 적통성을 인정받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게 됐다.
반면에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현대그룹이 16일 현대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증권가에선 이해득실을 따지는 주판알을 빠르게 튕겼고 현대그룹주를 내던졌다.
◇현정은 회장 체제 공고히..`적통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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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규모 9조8000억원의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현대그룹의 자산규모는 22조3000억원이 된다. 재계 21위 현대그룹은 두산, 한화 등의 뒤를 이어 재계 14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이번 인수로 현 회장 체제가 공고해질 전망이다.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8.30%까지 손에 쥔 현 회장은 현대그룹 경영권을 단단히 다질 수 있게 됐다.
현 회장과 범현대가의 지분 격차는 현재 10.29%에서 1.99%까지 좁혀질 뻔 했지만, 인수 성공 덕분에 18.59%로 크게 벌어졌다. 유상증자까지 포함하면 지분 격차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대북사업과 함께 현대그룹 모태인 현대건설을 계열사로 거느리게 돼, 현대그룹 적통을 인정받게 됐다.
현대아산은 북한의 전력, 통신, 철도, 비행장 등 대형 SOC사업을 포함한 7대 남북경협사업권을 가지고 있다. 현대그룹이 추산한 북한 인프라 개발사업 규모는 앞으로 30년간 150조~400조원으로, 현대건설은 이를 담당하게 된다.
◇승자의 저주 우려에 현대그룹株 동반 약세
그러나 그늘도 있다. 증권가에선 현대그룹이 승자의 저주를 받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현대상선(011200), 현대엘리베이(017800)터 등이 16일 오전장 중에 하한가를 맞았고, 현대증권(003450)은 하한가 직전까지 갔다. 피인수될 현대건설(000720)도 이날 오전장에서 하한가를 기록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5조5000억원으로 알려진 현대건설 인수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현대그룹이 매년 빚 1조원씩을 갚아나가야 할 것이라며, 후폭풍을 걱정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도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을 중심으로 레버리지를 높였기 때문에 인수자금을 어떻게 갚아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현대그룹은 인수전을 코 앞에 두고 자산을 내다팔고 단기자금을 조달해, 약 3조7000억원을 마련한 상태다. 따라서 앞으로 그룹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느냐가 실질적으로 인수 성공을 판가름할 잣대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채권단이 현대자동차그룹을 예비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은 의미있는 대목이다.
현대그룹은 현대부산신항만 199만9999주(50%-1주)를 매각하고, 현대상선 유상증자와 계열사 회사채 발행으로 2조3056억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CP로 마련한 단기자금과 동양종금증권 지원 자금까지 단순 합산하면 약 3조7000억원 수준이다.
한편 현대그룹은 이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현대그룹은 그룹 위상이나 규모를 고려해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금 조달계획을 제출했다"며 "승자의 저주는 결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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