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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이에 대해 `염화시중의 미소`로 답했다. 염화시중의 미소란 말이나 글에 의하지 않고 이심전심으로 뜻을 전한다는 의미로 불교의 대표적인 화두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이 미소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삼성그룹측은 `(거절에 대한) 미안함의 미소`라 하고, 재계측은 `고심의 미소`라 한다. 과연 어느 쪽이 맞을까.
삼성측은 불가론(不可論)을 내세웠다. 삼성측은 만찬이 끝난 뒤 "그런 자리에서 즉답을 하기는 어렵다"며 "이 회장이 즉석에서 수락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중한 거절의 의미가 크지 않겠느냐"고 밝혀 이 회장이 사실상 회장직을 고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 회장은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등 국가적인 현안을 맡아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경영일선에 복귀한 지 4개월 남짓 밖에 되지 않은 것도 부담이다. 전경련 회장직을 맡아 국내 경제 현안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재계는 `이건희 카드`에 여전히 미련을 두는 분위기다. 이 회장의 미소가 고심의 미소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정중한 거절이라는 해석을 내놨더라도 이 회장의 의중은 다를 수 있다"며 "수락한다고 해도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결국 이 회장이 맡게 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이같은 전망에는 이 회장이 전경련을 이끌어 주기를 바라는 재계의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굵직한 현안을 제대로 풀려면 삼성, 현대기아차, LG, SK 등 4대 그룹의 총수가 전면에 나서 `강력한 수장`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인식에서다.
강력한 수장에 대한 필요성은 점점 위축돼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전경련의 입지와도 무관하지 않다.
공식적으로 불가론을 내세우고 있는 삼성그룹 일각에서조차 이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수락한다면 진정한 명예회복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결국 염화미소의 답을 찾아주는 것은 이 회장 본인의 몫이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은 전경련을 창설한 아버지 이병철 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언젠가는 회장직을 맡아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과거에도 수차례 회장직 요청을 받고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도 있었지만, 그룹의 중대 현안과 겹쳐 마음을 접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언젠가 한다면 지금이 아닐까`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 회장은 올해 68세다.
일단 이 회장이 공식적으로 `예스(Yes)`나 `노(No)`를 하지 않은 이상 당분간 새로운 회장직 후보가 나서기도, 추대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추대된 이상 확실히 `노` 하기 전까지 누가 나서기도, 누구를 추대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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