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성 상무는 부드러워 보이는 외모와 달리 단어의 선택과 표현이 명료했고, 목소리에선 힘이 느껴졌다.
복잡한 금융상품에 대해 설명할 때는 전문용어 사용을 피하면서도 간단하고 쉽게 이해시켰다. 국내 파생상품 분야를 개척하면서 쌓은 관록을 실감케 했다.
또 우리나라 채권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는 지난 20년 간 발전사를 함께하면서 두터워진 애정이 배어났다.
그는 토종 증권사들이 나가야 할 방향 중 하나로 외국인 고객까지 아우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선 영문 리서치와 시황, 결제 서비스까지 모두 제공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와 인력 확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 한 해 채권 운용 전략과 관련해선 중장기물 쪽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연내 기준금리가 올라갈 테지만, 장기쪽으로 갈수록 금리는 덜 오를 것으로 본다"며 "수익률 곡선이 평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19일 오후 2시57분 실시간 금융경제 터미널 `이데일리 마켓포인트`와 유료뉴스인 `마켓프리미엄`에 출고된 것입니다.>
다음은 성철현 상무와의 일문일답 내용.
-조직의 구성과 인력은.
▲캐피털마켓 부문은 채권상품그룹, 채권영업그룹, FICC그룹, Equity 파생그룹 네개 그룹으로 구성돼 있다. 직원은 약 90명 정도다. 트레이딩 사업부에는 캐피털마켓 부문 외에도 프랍트레이딩 부문이 있는데, 캐피털마켓은 클라이언트 북, 프랍트레이딩은 자체 북을 운용하고 있다.
-총괄 운용자금과 추세는.
▲RP가 6조원 정도고, 파생결합증권이 3~4조원 정도 된다. 프랍(prop.) 운용도 1조원 정도 돼 총 10조원 안팎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이 기본적으로 자본금이 많은 편이 못 되지만 수익성과 운용자산 규모, 시장 신뢰도, 채권 영업능력 등 모든 분야에서 업계 최상위권으로 인정받고 있다.
-증권사의 일반적인 운용 전략에 대해 알고싶다.
▲자산운용사는 상대적 밸류를 따지지만, 증권사는 절대 수익을 추구한다. 자산운용사가 채권 지수보다 상대적으로 잘했냐 못했냐를 평가할 때 증권사는 시장이 나쁘더라도 무조건 플러스 수익을 내야 한다. 이 점이 운용사와의 가장 큰 차이다. 업무별로 예를 들면 트레이더는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며 절대 수익을 추구하고, 브로커는 채권 매매를 중개를 통해 수수료 수익을 내고, 채권 딜러는 물건을 많이 가지고 호가를 제시하면서 스프레드를 먹는 방식이다.
-개인적인 채권운용 철학이 있다면?
▲특별한 게 없다. 우리의 철학은 돈을 많이 벌자는 것이다. 채권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얼마냐, 중개는 어디가 잘하냐, 북 운용은 어디가 잘하냐, 이런 부문에서 공식적인 순위 집계는 없지만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고 본다.
-작년에는 금리하락으로 수익성이 좋았는데, 올해는 어떤가.
▲채권 유통시장 입장에서 2009년은 행운의 해였다. 특히 상반기가 하반기보다 월등히 좋았다. 사실 2008년 내내 아주 안 좋았는데, 연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00bp 내리면서 크게 좋아졌다. 올해는 많이들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나마 채권은 괜찮다. 1월에 금리가 조금씩 하락해 출발이 좋은 상황이다. 상장 채권이 1000조원 정도 되니, 가지고 있다면 다들 수익이 났을 것이다.
-올해 채권운용 전략은.
▲시장 전망이 우선시돼야 하는데, 일단 연내 기준금리가 올라갈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단기 쪽부터 금리를 오르게 만들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현재 100bp 인상 정도를 반영하고 있는데, 장기쪽으로 갈수록 많이 안 오를 것으로 본다. 즉, 수익률 곡선이 평탄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채권에 대한 포지션을 늘리면서 운용할 계획이다.
-장기채권의 매력에 대해 더 설명해달라.
▲채권은 기본적으로 이자가 나오는 상품이다. 이자 수익이 제일 크고, 향후 금리가 많이 안 오른다면 투자가치가 높다. 우리나라처럼 국채 금리가 높은 곳이 드물다. 캐리 트레이딩이 많이 된다는 얘기다. 태국만 해도 20조원 정도를 투자할 정도다. 또 투자자들이 계속 한은을 주시하고 있지만 올해 6월까지는 선제적으로 올리기 어렵다고 본다. 올려도 상반기에는 약하게 올릴 것으로 본다.
-크레딧물 쪽은 어떻게 보나.
-올해 채권 시장 핫 이슈는.
▲핫 이슈라기보다는 증권사 입장에서 점차 외국인 채권 고객까지 커버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외국인 관점에서 국내 채권은 이자소득세도 면제되기 때문에 상당히 매력적이다. 토종 증권사가 영문 리서치와 시황, 결제 서비스까지 모두 제공하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영어를 잘하는 직원도 많이 필요하다.
-채권시장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게 있다면.
▲그동안 상당히 많이 발전했다. 1세대는 시가평가가 없던 장부가 세대다. 그리고 IMF 외환위기 이후 시가평가가 도입되면서 상장 채권이 크게 늘어나고, 유통시장이 급속도로 발전했던 기간이 2세대다. 지금은 3세대로 대차거래와 RP거래가 늘어났고, 금리스왑과 통화스왑 등 파생 상품이 등장했다. 그밖에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금융투자협회 등을 통해 얘기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직원들에게 종종 열정을 가지라고 얘기한다. 지식은 시간이 지나면 보충이 가능하다. 결국 자세가 가장 중요한 데, 열정이 있는 사람이 이긴다. 또 운용에 있어서 시장은 항상 옳다(Market is always right)는 사실을 강조한다. 너무 치우치게 확신을 갖지 말고 유연한 사고를 가질 필요가 있다. 롱을 외치다가도 숏을 외칠 수 있는 유연성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순발력과 인내, 성실함을 갖췄다면 여기에 더해 열정이 있느냐가 관건이다.
-채권시장 발전을 위해 언론에서 해야할 역할은.
▲과거만 해도 채권 기사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주 많아졌다. 이 점이 상당히 자극이 된다. 시장 동향에 대해 많이 알려줄수록 좋다. 채권평가회사들이 생기면서 좋은 인력이 채권시장에 많이 들어왔는데, 파생상품을 포함해 폭넓은 지식이 필요하다. 언론에서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 성철현 우리투자증권 케피탈마켓담당 상무
-1964년 출생, 영일고·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1989년 LG투자증권 입사
-2006년 3월 우리투자증권 FICC파생팀장
-2007년 7월 우리투자증권 Non-Equity 트레이딩센터장
-2009년 1월 우리투자증권 FICC그룹장
-2009년 7월 우리투자증권 Capital Market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