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각이 현실화 돼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는 기반을 마련할 즈음 다가오는 내년은 창업주 2세 형제간 65세를 기점으로 그룹 총수 자리를 내놓던 법칙 아닌 법칙 `65세 룰(rule)`의 적용 대상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이와 맞물려 박찬구 회장이 금호산업(002990)과 함께 그룹 양대 지주회사이면서 금호산업의 최대주주인 금호석유(011780)화학 지분 확대를 가속화하고 있어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 박찬구 회장 부자 금호석화 타깃 지분 10.01%→15.8% 확대
지난 22~25일 박찬구 회장이 장내에서 1.2%(30만5640주), 장남인 박준경(31) 금호타이어 부장이 0.6%(16만2880주)를 매입한 데 따른 것이다.
박 회장 부자는 앞서 지난 15~19일에도 3.96%(100만6630주)를 사들였다. 반면 11~17일 장내에서 금호산업 지분 3.96%(191만8640주)를 처분했다.
이를 놓고 시장 일각에서는 금호그룹 오너 형제인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간 계열분리작업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켰다.
오너 일가가 계열사들의 양대 지주회사인 금호석화와 금호산업에 대해 전통적으로 유지해왔던 `황금분할` 지분구도가 깨져서다.
창업주의 차남 고 박정구 회장의 아들 철완(31)씨(아시아나항공 부장), 3남 박삼구 회장과 아들 세창(34)씨(그룹 전략경영본부 상무), 4남 박찬구 회장과 아들 준경씨 각각 10.01%씩이다. 금호산업도 마찬가지로 각각 6.11%를 소유했다.
하지만 최근 지분변동으로 `황금분할` 구도가 깨지면서 박찬구 회장이 `홀로서기`, 즉 금호석화를 중심으로 `분가(分家)`에 나선 것이란 해석을 낳았던 것이다.
박찬구 회장 일가는 계속해서 금호산업 지분을 처분하고 있다. 금호산업이 26일 제출한 지분신고서를 보면 박 회장은 지난 18일에도 0.74%(36만1504주)를 추가 매각했다. 이로써 박찬구 회장과 준경씨 지분은 1.4% 밖에 남지 않았다.
◇ 고 박성용 명예회장-고 박정구 회장 `65세 주기` 총수 이양
창업주의 장남 고 박성용 명예회장은 65세에 회장에서 물러났고, 고 박정구 회장이 공교롭게도 65세에 세상을 뜨면서 지난 2000년 9월 박삼구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따라서 우연의 일치일지는 모르지만 `65세 룰`을 박삼구 회장이 따른다면 박삼구 회장이 65세가 되는 2010년 그룹 총수 자리는 박찬구 회장이 이어받는 게 수순이다.
이 같은 시장의 관심어린(?) 눈길 속에 박찬구 회장(7.30%)과 준경씨(8.51%)는 지속적인 주식매입을 통해 금호석화 지분을 총 15.8%로 확대했다. 이를 통해 박삼구 회장 및 세창씨와도 지분 격차를 5.8%포인트 차로 벌려놨다.
◇ 박찬구 회장-금호석화-금호산업 지배구조 관심
금호그룹 48개 계열사(6월1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들의 지배구조는 금호석화와 금호산업 양대 지주회사가 계열사들을 거느리는 구도다.
하지만 금호석화는 금호산업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36.8% 중 중 지분 19.03%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다음으로 박삼구 회장 부자 6.11%, 철완씨 6.11%, 고 박성용 명예회장의 아들 재영(39)씨 3.04%, 박찬구 회장 부자 1.4%, 금호문화재단 1.1% 등으로 이어진다.
반면 금호석화는 최대주주 등의 지분 62.69% 중 다른 계열사가 소유한 지분 없이 오너 일가 40.48%, 자사주 22%, 금호문화재단 0.22%로 구성돼 있다.
금호그룹이 유동성 위기의 진원지인 4조원대 대우건설 `풋옵션`의 짐을 벗어던지려는 가운데 박찬구 회장의 행보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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