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세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것과 완전 딴 판이다. 특히 강북 뉴타운·재개발 인근지역 단독·다세대 가격 급등이 두드러지고 있다. 뉴타운 지역 내 집주인 및 세입자들이 저렴한 단독· 다세대 전세로 이주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올해 초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대책은커녕 전담부서도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북 단독·다세대 전세가격 급등..뉴타운·재개발 이주 수요
13일 뉴타운 이주가 진행 중인 동대문구 전농동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지역 단독·다세대 전세는 올해 초보다 2000만~3000만원이 올랐다. 전농동의 경우 전용 39㎡짜리 다세대 전셋값은 현재 8000만원, 전용 59㎡는 1억3000만원이다.
아현 4구역 등 아현 뉴타운 인근 단독·다세대 주택 전셋값도 상승세다. 이 지역 56㎡ 다세대주택은 올해 초보다 2000만원이 오른 약 1억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찾는 수요가 많지만 매물이 없어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7월 말까지 단독주택 전세가격은 5.3%, 연립주택은 5.7% 올랐다. 같은 기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2.1% 오르는 데 그쳤다.
강북지역 단독·다세대주택 전셋값 상승은 더욱 높았다. 강북 14개구 아파트 전셋값은 3% 오른 반면 단독주택과 연립주택은 각각 6.2%, 7.4%로 아파트와 비교해 2배 이상 올랐다.
◇"비싼 아파트 전세는 외면, 저렴한 단독·다세대 전세 몰려"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지는 데는 뉴타운, 재개발 지역에서 이주하는 서민층들이 아파트가 아닌 저렴한 단독, 다세대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재개발 이주비로는 아파트 전세를 구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례로 전농 뉴타운의 경우 대지지분 99㎡ 보유자의 이주비는 1억2000만원 정도가 지급됐다. 이는 주변 85㎡ 아파트 전셋값 1억5000만원 보다 낮은 금액이다. 여기에 기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주고 나면 남는 돈은 1억원이 채 안된다.
결국 아파트 전세를 구하지 못한 집주인이나 세입자가 저렴한 단독·다세대로 몰리면서, 이들 전세가격이 덩달아 뛰고 있는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 같은 현상이 하반기로 갈수록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하반기에 본격화되는 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많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완료된 뉴타운 사업지만 4곳에 달한다. 해당 지역 거주자들이 주변 지역으로 이사를 간다고 가정하면 무려 2만여명이 새 집을 구해야 한다.
여기에 사업시행인가 승인을 받은 뒤 관리처분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재개발 사업지만 무려 18곳에 달한다. 5월 현재 조합원 수만 6898명으로 세입자를 포함할 경우 이주 예정자는 1만명이 넘는다.
◇ 서울시 "대책은 아직.." 땜질식 대응 구설수
서울시는 뉴타운·재개발 이주수요로 단독·다세대 전세가격이 급등세를 보이자 연초에 ▲ 재개발 뉴타운 지역 순환개발 ▲ 임대주택 조기공급 ▲ 서민 전세자금 지원 등의 대책을 내놨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들 대책이 구체화된 것은 하나도 없는 상태다. 심지어 이를 전담하는 부서조차 구성되지 않은 채 주택정책과, 뉴타운 사업단이 상황에 따라 땜질 대응을 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독·다세대 전세시장에 대한 모니터는 상시적으로 하고 있다"며 "하지만 검토하고 협의해야 할 사항이 많아 아직까지 구체적인 대책이 나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순환개발은 정책 목표이지 실질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며 "서울시가 전세 이주민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재정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