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업매각 줄줄이 실패..`M&A붐 끝났나?`

  • 등록 2006-08-24 오후 2:07:15

    수정 2006-08-24 오후 2:07:15

[이데일리 김경인기자] `최근 미국의 수 많은 기업들이 10대들이 한번쯤 꿔 봤을 법한 악몽과도 같은 상황에 처했다. 성대하게 파티를 열어놨는데 참석자가 단 한 명도 없는. 그렇다고 오지 않는 파티광들을 탓해서 되겠는가? 본인의 홍보 기술과 인간성을 탓 할 일이지`

기업 공개매각을 추진중인 미 기업들이 원매자 기근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매물로 내놓은지는 오랜데 사겠다는 사람은 없고, 시간이 흐르면서 몸 값은 갈수록 떨어진다. 올 중순 인수합병(M&A) 광풍이 전세계를 뒤덮었던 것을 기억해보면, 이상하리 만큼 시장이 썰렁하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사모펀드와 헤지펀드들이 주도해 온 M&A붐이 끝나간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M&A붐이 끝난게 아니라 매물과 해당 기업 경영진들의 태도가 `자격 미달`이란 분석을 내놨다.

◇美기업 공개매각 잇따른 좌절..M&A 열기 끝?

이달 들어 대형 스크린업체인 아이맥스, 생명공학사 임클론 시스템, 자동차 부품 소매업체인 펩 보이스-매니모 앤 잭, 헬스클럽 체인 운영사인 밸리 토탈 피트니스 등이 모두 공개매각을 추진하다 실패했다.

지난주에는 `폴로` 브랜드로 유명한 의류업체 존스 어패럴이 지분을 블록으로 매각하겠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모펀드들과의 인수 가격에 대한 의견 차로 인해 공개매각이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매물로 나온 기업중 다수가 사업 모델이나 규제 관련 문제로 골치아픈 상황이기는 하다. 임클론의 암 치료제 시판은 예정보다 더 늦어지고 있고 최근에는 특허권 관련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아이맥스는 미국와 캐나다 정부가 자사를 상대로 매출 인식 관련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모펀드들이 이 정도 골치꺼리로 인수를 포기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문제가 있는 기업들을 사들인 뒤 회생시켜서, 혹은 회생시킨 듯 포장해서 팔아먹는데 선수들이다. 매물의 문제가 심각할수록 회생능력이 더 빛을 발하는 법이다. 

그렇다면 정말 M&A 붐이 일단락된 것일까?

WSJ는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M&A 붐이 끝났다고 단언하기엔 최근 사모펀드들의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고 활발하다는 것. 문제는 매물의 수준과 M&A에 대한 시장의 시각이다.

◇광풍의 후유증..매물의 질이 문제다

많은 투자자들은 장기금리 상승으로 인수금 조달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M&A 열풍이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해왔다. 그러나 수 많은 은행과 헤지펀드 등이 여전히 기대 M&A에 열광하고 있고, 시중에는 인수전의 `실탄`인 현금도 풍부한 상태다.

문제는 M&A에 대한 시장과 매물의 자세. 대규모 M&A가 잇따르면서 기업 경영진들은 가능한 한 많은 현금을 받고 기업을 팔아넘길 궁리만 하고 있고, 인수 매력이 없는 기업들마저 너나 할 것 없이 매물로 시장에 나오고 있다.

투자 부티끄를 운용하는 베리 리솔츠는 "얼마전엔 MS를 M&A하고 싶다는 사람의 얘기도 들은 적이 있는데, 그야말로 바보같은 소리"라며 "M&A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과장돼 있어, M&A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 할 때"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문은 요즘들어 기업 매각을 통해 자기 잇속을 챙기는데 급급한 이사진들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사모펀드들이 보유한 `돈 다발`에 눈이 멀어 회사의 경영난을 스스로 공개, 펀드들의 입질을 유도한뒤 인수대금만 챙기고 손을 털려는 사례가 많다는 것.

경영진들이 매각을 서두르느라 지나치게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것도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M&A를 호재로 주가가 지나치게 오르면서 가격 부담으로 딜이 깨지는 경우도 많고, 실패했을 경우 주가 급등락에 따른 주주들의 피해도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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