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80년대 전반의 증시는 깊은 바다에서 잠수하고 있는 듯한 잠수함 시황을 나타냈다.
그것은 마치 잠수함이 기관고장을 일으켜 바다바닥에 추락해서 수압으로 삐그덕 거리는 것과 같았다는 뜻이다.
그처럼 증시가 가라앉은 것은 곧 스스로 무력증세에 빠져든 꼴이었다. 그러니까 경제가 경제외적인 힘에 의해서 좌지우지 마치 농간당하고 있는 형국에서 증시도 그와 똑같이 깊은 시름에 젖어 같이 아파하면서 그 보다 심하게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한계성은 몇가지 사례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중화학공업의 조정과정이 그 첫번째 사례이다.
유신정부가 성급·과욕으로 중화학에 대한 지나친 투자집중으로 과잉시설을 낳았고 5공정부는 그 뒤치닥거리로서 이의 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런데 정부는 그러한 산업조정에서 가능한 한 시장룰에 의해서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단순하게 무한권력에 의해서 교통정리하듯 개편했다.
그 결과로 중화학산업조정은 과잉시설의 축소는 가져왔으나 일부 기업의 독과점과 시장지배를 낳아 새로운 정경유착과 함께 특혜와 재벌의 비대화라는 3.4공과 똑같은 등식의 재확인만이 있게된다.
그처럼 5공이 3.1공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은 권력창출의 유사성과 함께 경제적으로 관료특점체제의 강화에서 엿볼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정부 스스로의 과시 소비에서 찾을 수 있다.
5공정부는 3.1공의 연장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선진화의 완성을 기치로 내걸고 우선 그 내실화보다 외향적 치장에 성급했다.
3.4공때와 같이 양적인 목표가 제시되고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와 올림픽 유치가 서둘러 졌다.
올림픽의 유치느 세계속에 한국의 위상을 높이게 된다는 점에서 결코 경제적 손익게산서로만 따질수는 없는 것이겠으나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치밀하게 내실위주로 해야한다는 점에서 군사적 권위주의 정부가 담당하기에는 애초부터 무리가 있지 않았겠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결국 80년대 전반의 경제정책적 실패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체 경제의 합리주의가 생성되어야 할 시대적 찬스를 놓친데 있다.
민간부문이 개방화에도 불구하고 시장룰에 따른 기업생성과 소멸의 합리주의를 체질화하지 못했다.
스스로의 힘으로 개척해 가야하는 냉혹한 시장주의가 절실히 요청되었는데도 그것이 생리적으로 자리잡지 못했다.
기업은 여전히 정부에 의존, 그 특혜적 지원으로 시장을 지배하는 단순구조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정부가 불황기엔 뭔가 기업을 살려주는 지원조치를 해줄 것이라는 고정관념 그리고 또 만일 호황이 운좋게 찾아온다면 그 이득은 역시 경제성장의 핵(核)인 기업, 기업인이 다 차지하고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활용한다는 매판자본적 생리에 머물러 있었다.
증권시장이 그러한 여건에서 제대로 성장을 지속하기에는 애초부터 무리이다.
증시는 정확하게 사회를 반영하는 것인만큼 역시 외부 의존의 눈치보기에서 머물러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경제총량의 변화를 가져오는 변수가 시장의 힘에 의해서 영향을 받고 또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가격기능을 하지못하고 정책적으로 인위적으로 저정되는 마당에 증시 자체가 좌고우면 할수밖에 더 있겠는가
다만 한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면 어떻든 80년대전반의 억압된 분위기에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다가 그 저변에 그만큼 에너지가 충전되고 그것은 곧 새로운 호재를 만나 분출하는 힘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시장기능이 부자연스럽게 억압된 상황에서 곧 반등의 계기가 마련되어간다는 것이고 억압된 만큼 반등의 강도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에너지의 분출은 결코 이상스러울 것도,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겠지만 그것은 억눌렸다 터질때엔 자연스러운 상승보다 결코 모양새가 좋지 않게된다.
또 합리성의 개선이 없는 가운데 새로운 호황과 그로인한 에너지의 분출은 반드시 좋은 결과만을 가져다 주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