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을 못추는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실탄"이 필요한데, 보급창고는 여전히 궁색하다. 증권사들의 고객예탁금 규모는 9조원 대에서 연이어 최저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며, 투신사들의 주식형 펀드 수탁액 역시 답보 상태다. 그나마 주식편입이 대부분 이뤄져 추가 매수여력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시황 분석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이 증시 자금유입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시황 안정 및 미국 경기 회복이라는 "마중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마중물"이란 마른 펌프에서 물을 뽑아내기 위해 인위적으로 부어주는 물을 뜻한다. 우리 증시가 그만큼 메말라 있다는 뜻이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이번 대책의 결과가 조만간 부분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실장은 "지수 800선을 전후해 투자심리가 안정되면 본격적인 자금 유입 추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의 순환관계 상 주가가 주택시장에 비해 2년 정도 선행한다는 경험에 견줘 볼 때, 부동산 경기가 지나치게 올라 둔화될 시점에 이르렀다"면서 "이달 중순 이후 외국인들이 순매수로 돌아서 주가가 안정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아직 개인의 불안심리가 가시지 않고 있는 만큼, 단기적인 뭉칫돈 유입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대우증권 투자분석부 김성주 연구위원은 "지난해 4분기 때도 시중에 부동자금이 많았지만, 증시로 들어온 규모는 많지 않았다"며 "자금 흐름의 보수적이고 후행적인 성격상, 부동산 자금이 곧바로 넘어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에서 12주째 뮤추얼펀드의 환매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본다면 외국인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 자금이탈은 지속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는 "주식 이외의 시장에 제한이 생긴다고 해서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리는 제로섬 게임을 예상하는 것은 무리"라면서도 "부동산 시장 안정이 장기적으로는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부동산값 안정대책이라는 변수가 증시에 곧바로 반영될지는 미지수"라며 "8월말 쯤 반등장세가 나타난다면 투자자들이 저가 메리트를 누리기 위해 증시에 자금을 투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황 팀장은 "다음주로 예정된 미국의 FOMC와 기업 실적보고 등을 지켜본 이후에 시장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러 외부 변수도 중요하지만 주식시장 자체의 기대수익률이 높아진 이후에야 본격적인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펀더멘털이 중요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