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슬 퍼른 연준…리플(XRP) 나홀로 랠리 언제까지 [이정훈의 코읽남]

가상자산 하락장 속에서도 XRP 나홀로 상승
넉 달만에 0.42달러대…닷새간 저점대비 +30%
SEC와 약식판결 결론 기대…재료간 상승작용
승소 땐 호재 되겠지만 재판 결론 예상 어려워
  • 등록 2022-09-21 오전 10:16:53

    수정 2022-09-21 오후 8:39:01



[코인 읽어주는 남자=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블록체인 기반의 해외송금 플랫폼인 리플랩스의 토큰인 리플(XRP)이 가상자산시장 하락 속에서도 나홀로 상승랠리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지루하게 이어오고 있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이 마무리되면서 법적 문제나 규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걷힐 것이라는 기대감인데, 전문가들은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시세의 연속성엔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21일 시장데이터업체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20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이 24시간 전에 비해 3.4%나 하락하면서 1만8890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고, 이더리움과 BNB, 카르다노, 솔라나 등 주요 알트코인들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특히 시장 벤치마크인 비트코인은 지난 15일 다시 2만달러를 회복한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 다시 1만8000달러대로 추락하며, 최근 닷새간 6.1% 이상 하락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XRP는 24시간 전 대비 6.44%나 상승하며 0.410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6일 0.3달러대까지 내려갔다가 저점대비 30% 가까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장중 한때 0.42달러까지도 올라, 지난 5월 이후 근 넉 달 만에 최고 수준을 찍기도 했다.

이 같은 XRP의 상대적 강세는, 2년여를 끌어온 SEC와의 법정 분쟁이 드디어 그 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20년 12월 크리스 라슨 리플랩스 회장과 브래드 갈링하우스 최고경영자(CEO)를 미등록 증권 거래로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는 혐의로 제소한 SEC가 리플랩스와 함께 뉴욕남부지방법원에 각자 주장을 뒷받침할 문서를 제출하면서 약식 판결을 내려 달라고 요청한 것이 법원을 통해 지난 16일 공개된 것이 출발점이었다.

최근 7일 간 XRP 시세 추이


그리고 사흘 뒤인 19일에 리플랩스와 SEC가 각각 요구한 수정사항을 반영한 약식판결 서류가 공개되기도 했다.

쟁점은 분명하다. 리플랩스가 XRP를 판매하고 거래한 것이 미국 금융당국이 연방증권법 상 투자계약, 또는 증권으로 판단한 근거인 대법원의 `하위 테스트(Howey Test)` 판례를 충족하느냐 여부다. SEC는 리플랩스가 XRP를 투자자들에게 팔았고, 투자자들은 이를 보유하면 가치가 뛸 것을 기대했다는 것이다. 반면 리플랩스는 회사와 투자자 간에 계약이 없었고, 하위 테스트 기준 중 하나인 `공통된 기업`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데도 소송이 장기화하자 SEC는 법원이 양측 입장을 판단해 리플랩스 측이 증권법을 어겼다고 신속하게 판단해 달라는 것이고, 리플랩스는 문제 없다며 SEC 제소를 기각해 달라는 얘기다. 양 측이 약식판결에 합의함에 따라 이르면 수개월 내에 최종 판결이 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특히 20일에는 캐롤라인 팸 미국 연방상품선물위원회(CFTC) 위원이 리플랩스 측을 찾아 갈링하우스 CEO와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소송이 리플 측에 유리해진 것 아니냐는 억측까지도 낳았다. 증권을 규제하는 SEC와 달리 CFTC는 상품으로 인정되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규제하는 쪽으로 정리되고 있는 만큼, XRP가 증권이라는 혐의를 벗은 것처럼 비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일련의 재료들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XRP가 법적 문제나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쌓였고, 이런 기대가 해당 코인의 시세를 끌어 올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만약 최근 기대처럼 리플랩스 측이 소송에서 승리할 경우 이는 XRP는 물론이고 가상자산시장 전체에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EC가 “대부분의 가상자산은 증권”이라고 하거나 “지분증명으로 바뀐 이더리움도 증권법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규제 엄포를 놓고 있는 상황이라, 법원이 XRP 손을 들어줄 경우 SEC의 예봉이 무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리플 측은 소송 결과를 낙관하고 있다. 회사 측 변호인단은 “SEC는 XRP가 투자계약(증권)이라는 걸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법원 판례인 하위 테스트 요건 4가지 중 단 하나도 충족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본질을 제외한 다른 것들은 모두 잡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기술적으로도 XRP가 1차 저항선이라 여겨졌던 0.4달러선을 돌파한 만큼 0.426달러와 0.479달러에 형성돼 있는 매물대를 돌파할 경우, 판결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추가적인 상승을 노릴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애널리틱스 인사이트는 “최근 한 주 간 강세를 보였던 만큼 XRP는 이번주 숨고르기를 하면서 반등을 모색할 것”이라며 “일단 강세장의 분위기가 갖춰졌고, 그동안 낙폭이 컸던 만큼 반등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봤다.

다만 이번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또 다시 한꺼번에 75bp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반적인 위험자산 가격 하락을 염두에 둬야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실제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막연한 기대에 산 사람들은 차익실현을 고려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는 쪽도 있다.

가상자산 전문매체인 FX엠파이어는 “가상자산업계어샤 빠른 소송 결과를 예상하고 있겠지만, 양 측 합의가 없다고 가정할 경우 실제 판결은 2023년 내에 끝날 지도 확실치 않다”고 점쳤다. 가상자산 분석가이자 트레이더인 체즈는 “증시에서 말하는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는 격언이 임박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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