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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시아계를 겨냥한 미국 내 혐오 범죄가 심상치 않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에서는 한국계 20대 남성이 무차별 폭행을 당하고 살해 위협을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25일(현지시간) NBC 등에 따르면 미국 공군 예비역인 27세의 한인 2세 데니 김씨는 지난 16일 오후 LA 코리아타운에서 마주친 히스패닉계 남성 2명에게 별다른 이유없이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김씨는 가해자들의 구타에 코뼈가 부러지고 두 눈에 멍이 들었다.
가해자 2명은 김씨를 향해 서구인이 중국인을 비하할 때 쓰는 표현인 “칭총”이라는 말을 내뱉었다. 또 코로나19를 암시하는 “중국 바이러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김씨는 “나는 바닥에 넘어졌고 그들은 계속 나를 때렸다”며 “나를 죽이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마침 인근에 있던 김씨의 지인 조지프 차씨 덕에 김씨는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아시아계를 겨냥한 혐오 범죄는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같은날 뉴욕 퀸스 플러싱의 한 빵집 앞에서 줄을 서있던 52세 중국계 여성에게 한 남성이 다가와 상자를 집어던진 뒤 이 여성을 밀쳐 넘어뜨렸다. 뉴욕 경찰(NYPD)은 “피해 여성은 신문 가판대에 머리를 부딪히면서 바닥에 쓰러졌다”며 “이마를 5바늘 꿰맸다”고 전했다. 뉴욕 맨해튼 지하철에서는 71세와 68세 아시아계 여성이 모르는 남성에게 인종차별적인 욕설과 함께 폭력을 당했다.
지난달 캘리포니아주에서는 84세의 한 태국계 남성이 아침 산책 도중 공격을 받아 숨지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미국 연방의회 아시아태평양 코커스(CAPAC) 소속 의원들은 관련 청문회를 추진하고 있다. CAPAC 소속 의원들과 논의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다양성이 미국의 힘”이라며 “아시아계 혐오 범죄를 멈춰야 한다”고 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트위터를 통해 “아시아계 미국인을 겨냥한 혐오 범죄 증가에 대해 깊이 걱정하고 있다”며 “우리는 모든 종류의 차별에 목소리를 높이고 폭력을 조장하는 레토릭을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