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에도 꺼냈던 그리스 국민투표 카드…'닯은 듯 달라'

2011년 파판드레우 총리 국민투표 제안했다 사임
유로존 압박 그때보다 덜해
그리스 위기 확산 가능성 낮아진 탓
  • 등록 2015-06-28 오후 5:22:21

    수정 2015-06-28 오후 5:22:21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구제금융 협상안에 대한 그리스의 국민투표 제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불과 4년 전에도 국민투표 카드를 제시하며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을 큰 혼란에 빠트린 적이 있다.

하지만 유로존의 반응은 4년 전과는 현저히 다르다는 분석이 높다. 그리스 문제가 유로존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만큼 그때보다 무덤덤한 반응이라는 것이다.

27일(현지시간)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새벽 긴급 TV 생방송을 통해 구제금융 협상안에 대해 국민투표에 부칠 것을 전격 제안했다. 이는 그날 그리스 의회에서 통과됐고 다음 달 5일 그리스 국민은 구제금융안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투표를 하게 됐다. 표면적으로는 구제금융안에 대한 찬반 투표지만, 결과적으로는 유로존에 잔류할 것인지 탈퇴할 것인지를 묻는 투표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구제금융안에 반대한다면 디폴트와 유로존 탈퇴 수순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치프라스 총리의 행보는 2011년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를 떠올리게 한다. 2011년 1000억유로에 달하는 2차 지원을 제공하는 대신 고강도 긴축 재정안을 수용하라는 유럽연합 정상들의 합의에 대해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긴축 재정을 받아들이고 유로존에 남을지, 아니면 유로존을 탈퇴할 것인지를 결정하라며 국민에게 공을 넘겼다. 하지만 이는 ‘위험한 도박’이라는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결국 자진 철회하는 결과를 낳았다.

당시 파판드레우 총리가 국민투표 카드를 꺼내자 유로존의 양대 리더였던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프랑스 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 회의 전날 그를 소환했다.

당시 ‘메르코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긴밀하게 협력했던 두 정상은 파판드레우 총리를 코너로 몰았다. 국민투표 전에 구제금융을 제공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압박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투표 발언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하면서 금융시스템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리스 정치권과 내각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심지어 파판드레우 총리와 함께 G20 회의에 참석했던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재무장관도 아테네로 돌아오자마자 국민투표에 대한 비난 성명을 발표할 정도였다. 그는 “유로존 내에서 그리스의 위상은 역사적으로 얻어진 것”이라며 “국민투표에 좌우돼서는 안된다”고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결국 파판드레우 총리는 국민투표를 포기해고, 그의 정치 생명도 끝났다. 1주일 후 사임했고 베네젤로스 재무장관이 집권 사회당의 당수로서 총리직을 대행했다. 이어 전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였던 루카스 파파테모스가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이끌 차기 총리에 취임했다.

그로부터 4년 후 화려한 언변이 소유자인 알렉시스 치프라스가 급부상했다. 그는 파판드레우 총리와 마찬가지로 구제금융 협상안을 놓고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국민투표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하지만 반응은 그때와 다르다. 일단 그리스 정치권으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유로존 내에서는 그리스의 문제를 그리스에 국한된 문제로 보고 경향이 강해졌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운운했던 치프라스가 총리에 당선됐을 때에도 글로벌 금융시장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리스의 주식과 채권만 떨어졌을 뿐이다.

구제금융안을 지지하는지 국민들에게 묻겠다는 파판드레우와는 달리 치프라스 총리는 이를 반대하라고 종용하고 있는데도 유로존 리더들은 국민투표 실시와 이에 따른 결과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그리스 문제가 유로존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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