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유로존 맏형 노릇 하기 힘드네"

OECD·IMF도 유로본드 도입 지지
부담 커지는 獨에겐 딜레마
  • 등록 2012-05-23 오후 1:50:10

    수정 2012-05-23 오후 1:50:10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맏형격인 독일이 고심중이다. 재정위기 해법의 근간으로 마련한 `긴축`이 프랑스의 성장론에 밀리더니 이제 유로본드 도입을 놓고서도 홀로 반대하다 코너에 몰렸다.

독일로선 혹시나 자국에 미칠 후폭풍을 고려하면 유로본드 발행을 선뜻 반길 수 없는 상황. 그렇다고 혼자 나 몰라라 하자니 `왕따`가 될까 두렵다. 맏형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해야할 상황에 오히려 주변에 끌려가는 모양새가 독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그간 유로본드 도입 논란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2일(현지시간) 입을 열었다. 피에르 카를로 파도안 OECD 부총장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재정 긴축만을 고집하다간 장기적으로 유로존 경제가 붕괴할 수 있다"며 "유로본드를 조만간 도입해 성장을 도울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이날 영국 경제 연례 보고서 발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럽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선 각국이 부채를 공유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사실상 유로본드 발행을 지지한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유럽연합(EU)은 일찌감치 유로본드 발행을 찬성한 상태다. 이날은 아예 유로본드 발행에 대비한 계획까지 내놨다. 유로본드의 시험판이라 할 수 있는 프로젝트본드(project bond) 발행이다. 이는 EU 국가들이 공동으로 발행해 도로나 철도, 통신 등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하는 채권을 말한다.

유럽의회 대표단과 EU 27개 회원국 정부 대표들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회동을 갖고 유럽투자은행(EIB)을 통해 2억3000만유로 규모의 프로젝트본드를 발행하는데 합의했다. 프로젝트본드와 유로본드는 발행 목적이나 성격이 다소 다르다. 하지만 유로본드 도입 논의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FT는 이를 두고 유로본드 발행을 위한 절차이자 전 단계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유로본드 발행을 둘러싼 긍정적 분위기는 독일을 더 곤혹스럽게 한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가 본격화된 이후 독일은 자의든 타의든 유로존의 맏형이 됐다. 형으로서 동생들의 의견을 순순히 들어주면 좋겠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 유로본드 딜레마에 빠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재정불량국들과 함께 유로본드를 발행했다가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자국 국채의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재정불량국들의 부채를 떠안아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는 이미 수차례에 걸친 구제금융 지원으로 불만이 가득한 독일인들의 화를 더 돋울 수 있다. 내년 9월 총선에서 3선 연임에 도전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겐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오늘(23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는 유로본드 발행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질 예정이다. 주변의 압박이 심해지는 만큼 독일로선 자국의 이해관계만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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