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이팔성 vs 황영기

우리銀 파생손실 책임 논란가열…1~2개월후 징계있을 듯
IB투자 강조하고 관리감독 소홀한 정부 책임론도 제기
  • 등록 2009-06-11 오후 1:15:30

    수정 2009-06-11 오후 6:09:31

[이데일리 하수정 원정희기자] 요즘 금융권에서는 전현직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에 대한 징계 가능성에 대해 말들이 많다.

공적자금 투입은행인 우리은행이 파생상품 투자로 1조6000억원의 손실을 낸 것과 관련 "누구의 책임인가"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현직 경영진인 이팔성 우리금융지주(053000) 회장과 이종휘 우리은행장 입장에서 보면 지난해 실적 부진에 대해 상당히 억울할 수 있다.

전직 경영진들은 공격적인 영업으로 당시 단기적인 성과를 이뤄낸 것으로 평가받았으나, 그에 대한 후폭풍을 지금와서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4분기 6년9개월만에 69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감내해야했고 다시 정부에 손을 벌려 자본확충펀드로부터 수혈을 받아야 했다.

이 같은 수모는 바로 지난 몇 년간 투자했던 15억8000만달러의 미국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디폴트스와프(CDS) 손실로부터 비롯된 만큼 파생상품 투자를 확대했던 시기의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에서도 전직 경영진에 대해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1~2개월 후 금융감독원의 종합감사가 끝나면 우리은행 파생상품 손실과 관련한 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투자금액의 90%이상을 날려 1조6000억원 손실을 본 것은 상품 투자 중에서 사상 최대 손실"이라며 "전 경영진을 포함해 이 같은 손실에 대한 책임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직 우리금융지주 회장이자 우리은행장이었던 황영기 KB금융(105560)지주 회장측은 전 경영진에게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CDO, CDS 투자를 시작하기로 결정한 것은 황 회장이 2004년 3월 취임하기 전인 2003년 10월이라는 것이다. 또 2007년 3월 퇴임할때까지 이 상품들은 정상적인 가격에 수익을 내고 있었고 손실이 나게 된 것은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사태가 터진 2007년 하반기 이후이기 때문에 당시에는 정상적인 투자였다는 해명이다.

게다가 황 회장은 총괄관리 부족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이미 지고 지난해 성과급이 삭감된 바 있으며 당시 예보에서 파생 투자와 관련해 부행장 1명에게 정직, 2명 임원에게 경고 조치로 징계를 마쳤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 혈세를 쏟아넣은 은행이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대규모 손실을 본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책임 소지를 가릴 필요가 있다.

은행을 키우기 위해 검투사적 승부를 띄운 황 회장이나 리딩뱅크를 꿈꾸며 덩치를 키운 박해춘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전 우리은행장), 그 이후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를 하지 못한 경영진들까지 어쩌면 공적자금 투입 은행의 경영진이라면 누구든 받아들여야할 운명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충분한 준비가 안 된 국내 은행들을 선진국 금융 트랜드를 쫓아 글로벌 IB 영역으로 내몰았던 금융당국의 책임은 없을까.

2006년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는 자본시장통합법 도입으로 한국판 대형 투자은행(IB)을 출현시키겠다고 장담했다. 2007년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는 은행장들과 간담회에서 대출에만 매달리지 말고 IB로 변신하라고 재촉했다.

같은 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당시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장들에게 국내에서 벌어지는 과당경쟁과 쏠림현상에 대해 경고하면서 해외 진출 필요성을 역설했다.

모두가 "서브프라임 부실이 올지,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올지 몰랐다"고 말한다. 내일, 모레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다. 그래서 각 금융사들은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고,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을 관리감독하는 것이다.
 
예금보험공사는 우리금융지주에 대해 분기마다 MOU 이행사항을 점검한다. 우리금융은 금융감독원 종합검사에 감사원 감사까지 받고 있다. 우리금융이 능력 범위 내에서 투자를 하는 것인지, 덩치만 키우려는 것은 아닌지 매년 들여다 보고 있었던 정부기관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결과에 대한 책임 소지를 가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이런 결과가 오게됐는지 과정을 점검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한다.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하다보면 단기적인 보신주의(保身主義)만을 초래할 뿐이다. 위험에 도전하기 전에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먼저 키워야했다는 뼈 아픈 교훈을, 전 경영진도 현 경영진도 그리고 정부도 되새기는 기회로 삼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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